[사설] 수업도 멈춘 교사들 분노, 땜질 아닌 근본대책 나와야

한겨레 2023. 9. 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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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를 맞은 4일, 전국의 교사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교사들은 재량휴업과 연가·병가 등을 통해 수업을 하지 않거나 퇴근 뒤 추모제·집회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교육 멈춤의 날'을 보냈다.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더 큰 갈등을 막으려면, 정부가 추모 행동에 대한 엄단 방침을 철회하고 교사들의 외침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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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위험하다]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를 맞은 4일, 전국의 교사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교사들은 재량휴업과 연가·병가 등을 통해 수업을 하지 않거나 퇴근 뒤 추모제·집회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교육 멈춤의 날’을 보냈다. 당국의 엄단 방침에도 많은 교사들이 참여한 배경에는 교사의 극단 선택에도 진상규명은 미진하고 교육 현장은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란 강한 불신이 깔려 있다. 특히 최근 나흘 새 학부모 민원 등으로 힘들어하던 또 다른 교사 3명이 숨진 사실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비통함이 더해졌다. 정부와 정치권은 우선적으로 이들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교육부 집계를 보면, 이날 재량휴업을 실시한 학교는 모두 38곳이다. 단축수업 또는 합반수업을 시행하거나 수업시간에 교권과 학습권 등에 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 학교도 있었다. 학부모 일부도 체험학습을 신청하며 교사 추모에 동참했다. 49재를 맞은 서초구 초등학교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줄이 교문 밖 200m 넘게 이어졌다. 학교 현장에 큰 혼란은 없었지만 교사들의 추모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지난 2일 주말 집회에 30만명이 모인 데 이어, 이날은 서울 국회 앞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추모집회가 열렸다.

최근 교육부가 교권회복 대책을 여럿 내놨지만 일선 교사들은 정부 대책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교사에 대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을 방지하려면 국회 입법이 이루어져야 하고, 학교장 직속 민원대응팀을 구성한다고 했지만 예산·인력 지원 계획 없이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49재 추모집회를 주최한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집회운영팀)는 △선생님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 △교권보호 관련 내용의 조속한 국회 입법 △교육부의 징계 방침 철회 등을 촉구했다.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더 큰 갈등을 막으려면, 정부가 추모 행동에 대한 엄단 방침을 철회하고 교사들의 외침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당국의 중징계·형사고발 압박에도 수업을 멈추고 거리로 나온 교사들은 “또 다른 동료의 죽음이 더 두렵다”고 절규했다. 그동안 안전한 교육환경에서 가르칠 수 있도록 교사들이 보호받지 못해 왔다는 불신을 끊어내려면, 정부가 일선 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대책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나오는 땜질식 대책으로는 비극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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