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디지털 전환' 선언 8년…스타트업 11만개, 유니콘 111개

박의명 2023. 9. 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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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인도다
(2) '디지털 인디아'로 변신
인터넷망 확충·QR코드 결제 도입
노점상·툭툭도 "페이만 받아요"
14억 거대 시장에 저렴한 인건비
디지털 인프라 결합 '생태계 팽창'
"휴대폰 충전 요금 걱정하던 나라
2025년 '兆단위 벤처' 250개로"
사진=로이터


지난달 24일 인도 남부 도시 벵갈루루의 한 과자 노점상. 마하트마 간디 초상화가 그려진 100루피 지폐를 건네자 노점상 주인은 “잔돈이 없다”며 현금 결제를 거부했다. 상점 주인인 쿠마르(43)는 “모바일로 결제하라”며 선반에 올려진 QR코드를 손으로 가리켰다.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인도 서민의 발’ 삼륜택시(오토릭쇼·툭툭)에도 QR코드가 부착돼 모바일 결제가 가능했다. QR코드 기반 통합결제시스템(UPI)을 도입한 지 8년을 맞은 인도는 현금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됐다. 인도의 디지털 개혁이 어디까지 왔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전자결제 시스템만 보면 인도가 한국을 앞서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 유니콘기업 수 세계 3위

10년 전만 해도 인도는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12%에 불과할 정도로 디지털과 거리가 멀었다.

2014년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인터넷망 확충, 공문서 전자화, 전자결제 확대 등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인디아’ 개혁을 추진하면서 디지털 생태계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디지털 개혁은 국민에게 편의성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디지털 인프라가 생겨나자 전자상거래, 핀테크 등 기술기업 창업이 급증했다. 2014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인도에서 2만여 개의 스타트업이 생겨났고, 이 기간에 1120억달러(약 148조원)가 인도 스타트업에 투자됐다.

에듀테크회사 스킬매틱스 창업자인 드바닐 셰스는 “디지털 인프라가 깔리자 그 위에 기업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인도에서 벤처캐피털(VC)을 이끄는 아난드 루니아는 “10년 전만 해도 인도는 서민들이 휴대폰 충전 요금을 걱정할 정도로 열악한 나라였는데, 이제는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는 스타트업 강국이 됐다”고 강조했다.

유니콘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 수는 이 같은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9월 기준 인도에는 111개 유니콘기업이 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한국은 14개다. 인도 스타트업 전문매체 INC42는 2025년 인도 유니콘기업이 250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디지털 경제 받치는 스타트업

디지털 인프라를 바탕으로 생겨난 스타트업은 다시 디지털 개혁을 촉진하는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 인도 국민은 노점상에서 결제할 때 페이티엠(Paytm) 또는 폰피(PhonePe) 앱을 이용한다. 소프트뱅크와 티로프라이스 등이 투자한 페이티엠은 기업가치 48억달러(약 6조3000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슈퍼앱으로 진화한 페이티엠은 대출 서비스도 획기적으로 간소화했다. 페이티엠 고객은 신용도에 따라 1만~30만루피(약 16만~480만원)를 긴급 대출할 수 있는데, 돈이 입금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2분에 불과하다. 모든 절차가 모바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은행 직원의 확인 전화도 없다.

2016년 설립된 전자서명업체 디지오테크솔루션은 ‘종이 없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인도 최대 상업은행인 SBI은행과 인도 1위 온라인 증권사 제로다가 투자한 이 회사는 연간 4600만 건의 전자서명을 처리한다. 인도에서 신규 개설되는 증권 계좌의 57%가 이 업체의 인증 서비스를 이용한다.

인도에서 8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아크임팩트자산운용의 김정수 파트너는 “인도 정부는 부정부패와 관료주의를 없애기 위해 공문서 디지털화, 행정 절차 자동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자서명, 신원인증 등의 작업을 디지털화하는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갖춰

인도 스타트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14억 명에 달하는 인구와 저렴한 인건비에 있다. 중산층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중장기 성장성이 높고, 인건비 지출이 적어 수익성도 높다. 예컨대 음식 배달 대행 플랫폼들이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비용은 시간당 1달러 수준이다.

선진국에선 음식 배달, 차량 호출, 전자상거래 분야 스타트업들이 장기 적자에 빠져 있지만 인도 업체들은 수익을 내는 단계에 들어섰다. 인도 음식 배달 대행 시장의 45%를 점유하고 있는 스위기는 배달사업부가 지난 1분기 흑자로 전환했다. 경쟁사인 조마토의 배달사업도 같은 기간 흑자로 돌아섰다.

라후 보스라 스위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많은 직장인과 학생이 부업으로 배달 일을 한다”며 “라이더 가운데 부업 비중은 70%에 이른다”고 했다.

■ 인도 시리즈 특별취재팀

인도 시리즈 특별취재팀 팀장=유창재 정치부장 박한신 경제부, 박의명 증권부, 배성수 산업부, 맹진규 정치부, 이현일·신정은 국제부 기자

벵갈루루=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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