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안심시켰지만… 한신평 "저축銀, 하반기 유동성 위기"

임성원 2023. 9. 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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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대손비 늘어 대출공급 ↓
"수익·건전성 저하 본격화" 판단
당국은 손실규모 축소들어 낙관
사진은 지난 7월 9일 서울시내 저축은행. [사진=연합뉴스]

저축은행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본격 악화하면 올해 하반기 유동성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는 신용평가사의 경고가 나왔다. 저축은행이 2분기에 적자 전환했음에도 하반기에는 영업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힌 금융당국의 시각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에 대한 보다 강화된 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4일 저축은행업계 관련 보고서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대출 공급이 감소했고 올해도 조달 비용 증가와 높은 대손비용 부담 등으로 대출 공급 감소가 지속하고 있다"며 "수익성과 건전성 저하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저축은행의 순손실이 1000억원에 달하며 적자로 전환한 가운데 상위 5개 사(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의 2분기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사 경영공시에 따르면 상위 5개 사의 2분기 평균 연체율은 5.12%였다. 지난해 2분기(2.54%)와 비교해 2.58%포인트(p) 뛰었다.

각 사별로 자산규모 1위인 SBI저축은행 연체율은 2분기 1.36%에서 4.1%로 전년 대비 2.74%p 뛰었다. 지난 1분기(3.36%)보다는 0.74%p 상승했다. OK저축은행은 4.22%에서 올해 6.69%로 2.47%p 올랐다. 다만 전분기(6.83%)보다는 소폭 낮아졌다. 같은 기간 웰컴저축은행은 2.15%p 오른 4.62%로, 페퍼저축은행은 3.48%p 상승한6.05%로, 한국투자저축은행은 2.07%p 높아진 4.13%였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2분기 일제히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은 대출금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말한다. △SBI(2.26%→4.69%) △웰컴(4.76%→7.58%) △페퍼(3.09%→7.33%) △한국투자(2.08%→4.35%) 등 4개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아졌다. 같은 기간 OK저축은행은 7.7%→6.97%로 낮아졌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 상반기 영업 실적을 발표하며 하반기 실적이 개선할 것으로 봤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의 손실 규모가 축소되고 연체율도 연체채권 정리를 상·매각하며 상승 폭이 둔화했다"며 "하반기에 저축은행 영업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악화할 경우를 대비해 부실채권 매각 확대와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 등으로 자산건전성을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신평은 올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금융과 개인신용대출 관련 유동성 부실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신평은 "저금리 시절 5∼6%에 불과하던 대출금리가 만기 연장 시 9∼11%로 약 2배로 상승함에 따라 차주의 이자 부담이 가중됐다"며 "2회 이상 만기를 연장한 사업장 수가 증가해 사업성이 상당히 저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가계신용대출의 경우 차주의 약 76%가 다중채무자고 개인신용 평점 기준 하위 20%에 해당하는 비중이 40∼50%로 열악한 신용도 분포를 보이고 있다"며 "저축은행의 경우 예수금 평균 만기(12개월)보다 대출금 평균 만기(34개월)가 긴 만기 불일치 위험이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신평은 지난해 10월 이후 조달금리가 크게 상승했고 대손 부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신평은 "올해 하반기에 수익구조 안정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건전성 저하는 부동산금융과 가계신용대출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신용등급을 부여한 저축은행들의 브릿지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1.2%에서 올해 1분기 말 5.4%로 6개월 만에 4배 이상 수준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1.4%에서 2.8%로 2배 수준이 됐다.

한신평은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신평은 "지난해 4분기 취급한 고금리 예금 상품을 재조달하는 과정에서 금리 부담이 존재한다"며 "지난 7월부터 시행된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로 저축은행 퇴직연금 예수금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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