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재에게 꼭 필요한 것? 고정관념 파괴하는 '예술 에너지'이죠

남상현 기자 2023. 9. 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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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유희영 아트홀', 18일 '김인중 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9월은 캠퍼스 내 전시장 개관 일정으로 분주하다.

1940년생, 1950년대 대전고 미술반 동문으로 서울과 프랑스 파리에 각각 머물며 국내외 화단에 이름을 알린 '색면 추상의 대가' 유희영 작가, '빛의 대가' 김인중 신부작가의 공간이 KAIST에 생긴다.

KAIST가 학내 건물에 작가의 이름을 내건 전시 공간을 조성하게 된 데에는 '캠퍼스 갤러리'라는 특별한 계획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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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의 이유 있는 '예술 속으로' 행보
지상 3층 규모 미술관 2025년까지 건립
김인중 등 대전충청 작가 아트홀도 마련
도서관 후면에 건립될 KAIST 미술관 모형

4일 '유희영 아트홀', 18일 '김인중 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9월은 캠퍼스 내 전시장 개관 일정으로 분주하다. 1940년생, 1950년대 대전고 미술반 동문으로 서울과 프랑스 파리에 각각 머물며 국내외 화단에 이름을 알린 '색면 추상의 대가' 유희영 작가, '빛의 대가' 김인중 신부작가의 공간이 KAIST에 생긴다.

KAIST가 학내 건물에 작가의 이름을 내건 전시 공간을 조성하게 된 데에는 '캠퍼스 갤러리'라는 특별한 계획이 있었다.

김인중 신부작가는 도서관 천장에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을 제작하면서 KAIST와 인연을 맺었다. KAIST는 빛과 색채의 거장 김 신부작가를 산업디자인학과 초빙석학교수로 모셨고, 김 작가는 초창기 회화와 도자기 등 80여점을 학교에 기증했다. 유희영 작가의 경우, 그의 작품은 이미 정문술 회장이 기증한 미술품 중에 포함돼 있었으나 이후 그가 대표작 20점을 추가로 내놓으면서 공간 조성 논의가 시작됐다. 발전재단의 엄격한 절차를 거친 기증 작품은 KAIST의 정식 소장품이 됐고, 현대미술에서 두 작가의 위상을 고려해 전시 공간과 명칭이 정해졌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대전충청 출신 두 거장의 전시 공간을 거의 같은 시기에 조성한 이유에 대해 'KAIST 대전 고향론'을 든다.

"대전이 고향인 KAIST가 세계 수준에 이르기까지 지역의 지원과 성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대전충청출신 예술가에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며 대전의 문화예술을 학내에 소개하는 일은 대전 시민의 배려에 보답할 수 있는 노력의 첫걸음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캠퍼스 내에 예술공간을 확장하려는 KAIST의 시도는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현재 도서관 후면에는 지상 3층, 2700㎡ 규모로 2025년 3월 개관 예정인 미술관(KAM)을 건립 중이다.

미술관은 2000년대 초 정문술 회장이 KAIST에 기부한 거액의 기금 일부를 종잣돈으로 한다. 미래전략 대학원, 바이오 시스템 학과 창설에 기여한 정 회장은 미술관 기금 외에도 백남준, 류경채, 권영우 화백 등의 작품 41점도 함께 기증했다.

유희영 아트홀. 낡고 어두워 사용하지 않던 대강당 소회의실을 리모델링해 재탄생했다.

KAIST의 미술관 설립은 가끔 언급된 적이 있지만 이광형 KAIST 총장이 선포한 '신문화전략'에 의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중을 상대로 강연할 정도로 예술에 남다른 조예를 지닌 이 총장은 평소 "난제에 도전하고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 갈 미래사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예술의 미덕인 '일상 탈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학내에서 예술 작품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 건립에 추진력을 보태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총장은 "KAIST가 지난 50년간 한국 산업 발전을 위해 인재를 기르고 기술개발을 했으나 세계 일등대학이 되지 못했다. 일등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연구 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예술은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에너지를 주기 때문에 KAIST인에게 예술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KAIST의 미술관에서는 어떠한 전시와 활동을 기대할 수 있을까.

석현정 미술관장(산업디자인학과 교수)은 "KAIST 미술관의 정체성은 기술과의 연계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며 학교 구성원이 전시에 참여하거나 예술 연구를 추진하는 경우, 이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예사, 디자이너 등 전문가 인력을 확보해 학교 구성원과 일반인 모두를 대상으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석 관장은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가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캠퍼스 내 예술을 경험하는 공간은 확장돼야 한다"며 "미술관 건립으로 지역 사회와의 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상현 기자

김인중 홀. 학술문화원(도서관) 사색의 공간 유리천장에 설치된 스테인드 글라스가 김 신부작가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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