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부동산금융 잠재 부실 가능 금액 6조원···절반 이상이 해외 발생"

정다은 기자 2023. 9. 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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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오피스 부동산펀드 손실 특히 커
중소형사 및 부동산 의존도 높은 대형사 위험
[서울경제]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금융 익스포져(위험노출액) 중 잠재적인 부실 위기에 처한 금액만 총 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최근 증권사들의 새로운 부실 뇌관으로 부상한 해외 부동산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4일 NICE신용평가(나신평)는 25개 증권사의 국내외 부동산금융 잠재부실가능 익스포져가 올해 3월 말 기준 약 6조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익스포져(47조 6000억 원)의 10%에 달하는 금액이 잠재적인 부실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 중 올해부터 오는 2026년 중에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이 매년 1조원에 달한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해외지역이 3조 원 내외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미국의 호텔, 미국·유럽의 오피스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에서 평가손실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유럽 오피스 투자는 국내 증권사의 전체 해외 부동산 익스포져(14조 1000억 원) 중 40% 가까이(6조 원)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나신평이 계산한 잠재부실가능 익스포져는 요주의이하여신(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거나 만기연장돼 요주의로 분류되는 부동산 익스포져) 및 평가손실이 20% 이상 발생했으며 그 규모가 10억 원을 상회하는 펀드의 투자금액을 포함해 계산한 수치다. 일반적인 건전성 지표를 산출할 때보다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했다는 게 나신평 측의 설명이다.

이예리 나신평 선임연구원은 “(6조 원은) 올해 말 기준 부동산PF 고정이하여신(1조 2000억 원)의 5배에 달하는 수치”라며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만기 연장 등으로 부실자산에 포함되지 않은 여신이 존재하고, 펀드 등 형태의 투자는 건전성 지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증권사의 자산건전성 지표(부동산PF 고정이하여신)에는 상당한 착시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꼬집었다.

실제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상당수 증권사들이 궁여지책으로 만기 연장을 택하고 있다. 나신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 예정이었던 국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 5조 2000억 원(618개 사업장) 중 약 73%인 3조 8000억 원(490개 사업장)이, 해외 부동산 익스포져 2조 6000억 원(73개 사업장) 중 약 90%인 2조 4000억 원(57개 사업장)이 만기연장됐다.

이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된다면 이러한 만기연장 방식이 부동산 익스포져를 해소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반대의 경우 만기연장으로 인한 이자부담 증가와 사업성 하락 등으로 최종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나신평은 나아가 부동산에 의존한 대형과 중소형사는 부동산시장이 회복하지 못하면 손실을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나신평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연간 핵심 경상 수익에서 판매관리비를 제외한 연간 실질 손실 흡수 능력은 초대형사 평균 5500억 원, 대형사 평균 1400억 원, 중소형사 평균 300억 원으로 각각 추정된다.

이 선임연구원은 “초대형사는 연간 국내 36개 사업장 혹은 해외 17개 사업장이 전액 손상 처리해도 경상적으로 흑자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면서도 “대형사는 연간 국내 11개 사업장 혹은 해외 5개 이상의 사업장이 전액 손상 처리되면, 중소형사는 연간 5개 이상의 국내 사업장이 전액 손상 처리되면 각각 경상적으로 적자 전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소형사와 부동산 금융 중심으로 외형을 확대해온 대형사는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사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낮아 감내할 수 있는 손실 규모가 작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부동산금융 위험노출액에 대한 증권사별 대응 능력을 점검하고 필요시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나신평은 자사가 신용등급을 보유한 2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이번 자산건전성 점검을 진행했다. 초대형사는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 삼성·KB·하나·메리츠·신한투자증권 등 8개로 분류했다. 대형사는 키움·대신·한화·유안타·교보·신영·현대차·하이투자·IBK투자·BNK투자증권 등 10개, 중소형사는 유진투자·이베스트투자·DB·다올투자·부국·SK·한양 등 7개사로 나눴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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