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추락 분노의 검은 물결 “세상 등진 교사들 진상 밝혀라”

김미희 기자 2023. 9. 4. 18:2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5시 부산시교육청 주차장은 '검은 물결'로 가득했다.

청사 곳곳에는 '유초중고 특수교사 모든 교권 보호하라' '교사에게 교육할 권리를! 학생에겐 안전한 교육환경을!'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근조 화환이 놓여 있었다.

교육부가 한쪽으로는 교권 보호에 앞장서겠다면서도 또 다른 쪽에서는 추모의 뜻을 표하는 교사들을 겁박하고 있다며 정부의 진의를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짙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이초 교사 49재 부산 행사
교육청 집회…교원 1500명 운집
시민과 함께 공교육 정상화 외쳐
며칠 새 전국서 또 3명 극단 선택
정부 불법행동 간주는 기름 부어
부산교사노조, 법 개정 촉구 성명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5시 부산시교육청 주차장은 ‘검은 물결’로 가득했다. 청사 곳곳에는 ‘유초중고 특수교사 모든 교권 보호하라’ ‘교사에게 교육할 권리를! 학생에겐 안전한 교육환경을!’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근조 화환이 놓여 있었다. 이날 ‘부산 교사 일동’ 주최로 서이초 사망 교사를 추모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추모 집회에 참여한 교사와 시민은 상·하의 검은색 옷을 맞춰 입고 검정 모자를 썼다. 시교육청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헌화하기 위한 추모객의 줄이 20m 넘게 늘어섰다.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가 열린 4일 부산진구 부산시교육청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부산지역 교사 일동이 헌화를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windstorm@kookje.co.kr


집회 주최 측은 “49재 날인 오늘까지도 우리는 누가, 무엇이 선생님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아직도 여전히 아는 바가 없다”며 “우리 곁을 떠난 많은 선생님을 위하는 길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현장과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주최 측 추산 1500명 넘는 인원이 참석했다.

이처럼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하고 교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땅에 떨어진 교권 추락에 대한 교원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교사들이 수업 중 학생들로부터 심한 조롱을 당하거나 심지어 학생, 학부모로부터 폭행당하는 등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각종 사건이 잇따랐다. 여기에 학부모 악성 민원 의혹으로 교사가 세상을 등지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교단의 충격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특히 교육부가 교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강경 대응 입장을 고수하면서 교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권 추락이라는 이슈에 대해 현장의 교사들이 이렇게나 대규모로 목소리를 낸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공교육 멈춤의 날 직전 교사 3명이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면서 교육계의 비통함을 더욱 고조시키는 요인이 됐다. 지난달 31일에는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경기 고양시의 아파트에서, 지난 1일엔 전북 군산의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어 지난 3일에는 경기도 용인에서도 한 고등학교 교사가 청계산 등산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숨진 교사들은 학부모 민원이나 특정 교원의 갑질 때문에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그간 교육부는 이날 집단행동이 사실상 파업하는 것으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교육부가 한쪽으로는 교권 보호에 앞장서겠다면서도 또 다른 쪽에서는 추모의 뜻을 표하는 교사들을 겁박하고 있다며 정부의 진의를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짙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서초구 교사 사망 후에 한 달 만에 내놓은 교권 보호 대책 역시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겠느냐는 실망감이 큰 상황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서초구 서이초 강당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해 “지난 7월 22일부터 매주 토요일 선생님들께서 모여 외치신 간절한 호소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더 이상 소중한 우리 선생님들이 홀로 어려움과 마주하지 않도록 함께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부산교사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그동안 교사들은 학부모들과의 원활한 소통이라는 명목으로 악성 민원까지도 친절하게 응대해 왔다. 이렇게 지속되어 온 문제들은 교사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들임이 밝혀졌다. 그렇기에 교사들은 법 개정과 시스템 구축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