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임옥상 ‘기억의 터’ 조형물 철거”…시민단체 “위안부 지우기 우려”

전혜진 기자 2023. 9. 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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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시설 '기억의 터'에 설치된 민중미술가 임옥상 씨(73)의 작품 철거에 나섰다.

서울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고 기억하는 추모 공간에 성추행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임 씨의 작품을 남겨두는 건 생존해 계신 위안부뿐 아니라 시민 정서에 반하는 것"이라며 철거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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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기억연대와 여성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중구 남산 기억의 터에 설치된 원로 민중미술가 임옥상 화백의 조형물 ‘대지의 눈‘ 앞에서 서울시의 철거 방침을 규탄하고 있다. 2023.9.4 뉴스1
서울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시설 ‘기억의 터’에 설치된 민중미술가 임옥상 씨(73)의 작품 철거에 나섰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위안부 지우기에 나선 것”이라고 반발하며 철거를 막았다.

서울시는 4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최근 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임 씨의 조형물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을 서울 중구 기억의 터에서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고 기억하는 추모 공간에 성추행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임 씨의 작품을 남겨두는 건 생존해 계신 위안부뿐 아니라 시민 정서에 반하는 것”이라며 철거 이유를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현장에 포클레인 등을 동원해 철거를 시작하려 했지만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 단체들이 오전 7시경부터 집회를 열며 철거 작업을 막아섰다. 정의연은 여성 인권을 상징하는 보라색 천으로 임 씨의 작품 두 점을 덮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정의연은 “해당 조형물은 수많은 추진위원과 여성 작가들이 모금에 참여해 만든 집단 창작물”이라며 “서울시가 임옥상 작품을 철거한다는 명분으로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지우려고 하는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정의연 회원들이 철수한 뒤 본격 작업에 돌입해 이르면 5일까지 철거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억의 터’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의미를 변질시킨 임 씨의 조형물만 철거하는 것”이라며 “작가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국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작품으로 재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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