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정연주 해촉 중대 사유는 편파심의" 발언 파장
이동관 "업추비·근태 아닌 부실·편파심의가 해임 중대사유" 주장
고민정 "부실 심의와 편파 심의의 근거 무엇인가" 지적
"이동관씨" 호칭에 "국무위원에 이동관씨가 뭐냐" 반발
[미디어오늘 금준경, 박서연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해촉이 부실심의, 편파심의 문제를 종합해 판단한 결과라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의 오전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 직후 “방통위는 회계검사(결과)만 통보한 것이고, 해촉의 주된 사유는 부실심의, 편파심의를 했다는 것인데 시민단체에서 고발했다. 70% 이상 제대로 심의 안했다는 내용”이라며 “그것이 오히려 더 중대사유로 반영됐고, 입증이 될 수밖에 없고, 총체적으로 감안해 해촉한 것이다. 업무추진비와 근태만 갖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고민정 의원이 방통위 고위 공무원들에게 정연주 위원장과 같은 문제가 적발된 국민의힘 추천 황성욱 상임위원은 해촉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이동관 위원장이 해명하겠다며 내놓은 답이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해촉했는데 해촉 사유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계검사 결과 발표 직후 해촉되면서 회계검사에서 적발된 업무추진비, 근태 문제 등으로 해촉했을 가능성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는데 이동관 위원장이 편파 심의 등을 주요 해임 사유로 처음 거론한 것이다.
최근 감사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감사를 시작했다. 보수성향 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가 불공정 방송 사례에 방통심의위에 제재를 요청했으나 방통심의위가 심의를 연기하거나 노골적으로 봐주기 심의를 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것에 따른 감사다.
이후 고민정 의원이 오후 질의 때 회계검사를 한 방통위 사무처를 총괄한 조성은 사무처장에게 “부실 심의와 편파 심의의 근거가 무엇인가”라며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나. 고발에 대한 결과는 나왔나”라고 물었다. 심의 관련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인데 이를 근거로 해임을 결정한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그러자 조성은 사무처장은 “통신심의 실적에 비해 방송심의 건수가 부족하다는 내용이 (감사원 감사가 아닌 방통위 회계검사에) 있다”고 답했다.
방통위 회계검사 결과 자료를 보면 방송심의 실적이 통신심의에 비해 부족하다고 밝힌 건 사실이지만 이를 문제로 간주하거나 별도의 조치를 취하는 내용은 없다. 이날 오전 이동관 위원장은 방통위 회계검사 결과가 아닌 보수언론단체의 '편파심의' 문제 제기에 따른 감사를 해임 사유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동관 위원장은 오후 질의 때 별도 답변 기회를 요구한 뒤 “해촉 권한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며 “직무수행에 현저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은 더 이상 방통심의위원장으로서 할 수 없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관 위원장의 발언대로 '편파심의'를 이유로 해촉 결정을 했다면 또다른 논란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편파심의를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을 해촉한 전례는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부여당 추천 위원이 다수로 구성되는 구조이기에 매번 편파심의 논란이 불거졌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심의 대상 선정 기준, 제재 수위 등이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집권 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중징계 결정을 한 KBS '추적60분', CBS '김현정의 뉴스쇼' RTV '백년전쟁' 등 프로그램이 재판에서 제재 취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고민정 의원은 1인당 3만 원 초과 식사, 퇴근 시간 미준수 등 적발 횟수는 해촉된 정연주 위원장, 이광복 부위원장보다 국민의힘 추천 황성욱 상임위원이 더 많다고 지적하며 “(황성욱 위원은) 문제가 되지 않느냐”고 묻자 조성은 사무처장은 “문제가 된다”고 답했다. 고민정 의원이 “그러면 왜 황성욱 위원은 해임되지 않았나”라고 묻자 조성은 사무처장은 “제가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제가 적발된 3인 중 황성욱 상임위원만 해임하지 않았다.
고민정 의원 질의 과정에서 이동관 위원장 호칭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민정 의원이 방통위원장을 '이동관씨'라고 부르자 이동관 위원장은 “고민정 의원님, 국무위원으로서 말씀드리는 건데 이동관씨가 뭡니까” “국무위원한테 이동관씨가 뭡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방통위원장은 국무위원이 아니라는 민주당 의원들의 반박에 이동관 위원장은 “국무위원급”으로 정정했다.
장제원 과방위원장(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대통령께서 기관의 장을 임명하셨다. 기관장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호칭 등 예우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서로 존중하는 자세로 호칭 문제도 각별하게 신경을 써 주시기를 부탁드리겠다”고 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이효성 방통위원장 때는 여야의 상황이 반대였다.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적폐위원장' '이효성씨' '이효성 교수' '방통위원장이라고 하는 분' 등으로 불렀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즉각 시정을 요구했으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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