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부산저축銀때 로비받고 대장동 봐줬다? 김만배 말 거짓인 이유

유종헌 기자 2023. 9. 4. 18: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당시 수사대상도 아니었다

검찰은 최근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의혹’ 방향을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로 돌리기 위해 ‘가짜 뉴스’를 만들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검찰이 지난 1일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면서 영장에 “신씨가 인터뷰 내용을 제20대 대통령 선거 직전 보도해 달라는 김만배씨의 청탁과 함께 2021년 9월 20일 1억6200만원을 송금받았다”고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1년 10월 송영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대장동 의혹과 관련,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를 지적하는 내용이 담긴 백드롭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덕훈 기자

김씨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2021년 9월 15일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과 만나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의혹 수사 당시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에게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해줬고, 박 변호사가 이 사건 주임검사였던 당시 윤석열 대검 중수2과장 등에게 힘을 써 조씨 사건을 무마했다”는 취지로 허위 인터뷰를 했고, 신씨가 자문위원으로 있던 뉴스타파는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김씨 인터뷰 녹음 파일과 내용을 공개했다.

뉴스타파 보도 전후로 친민주당 매체들은 ‘윤석열 후보가 2011년 수사 당시 조씨에게 커피를 타줬다’는 허위 내용을 보도했고, 민주당은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석열 후보의 ‘봐주기 수사’ 탓에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종자돈을 마련해 사업권을 따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이 김씨의 허위 인터뷰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이후에도 야권 일부 인사들은 “윤 대통령 등 당시 검찰이 대장동 사업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은 사실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 주장 역시 별다른 근거가 없는 얘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 당시 대장동 PF 대출은 수사 대상 자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봐주기 수사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대검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이 대주주에게 불법으로 대출하거나 타인 명의로 위장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직접 개발 사업을 운영한 혐의 등을 수사했다. 검찰은 8개월간 130여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 3300여명을 조사한 끝에 9조원대 금융비리를 확인해 76명을 기소했다. 검찰 수사로 확인된 불법대출은 6조여원이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장동 초기 민간사업자들도 2009년 부산저축은행을 통해 1135억원 규모의 PF대출을 받았지만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검찰은 이 대출을 ‘부실 대출’이라고 볼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상황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대장동 사업은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고 이자 체납 등 부실 대출 정황도 없었다”면서 “유효담보가액이 특정 비율 미만인 대출을 전수 조사했지만, 대장동 사업은 수사 대상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2021년 11월 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TF 부산저축은행 관련 기자간담회가 열리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조씨는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두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 조사 내용도 대장동 대출과는 무관했다. 당시 검찰은 조씨를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의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조사했다. 김양 전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이 로비스트 박태규씨에게 17억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조씨가 일부 금원의 전달책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박태규씨가 김 전 부회장에게 받은 돈 중 일부를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게 전달하며 ‘구명 청탁’을 했다는 로비 의혹 수사의 일환이었다. 한 대장동 사업 관계자는 “박영수 전 특검이 조씨 변호인으로 활동한 것은 맞지만, 조씨의 경우 ‘김양 전 부회장의 공범이냐 전달책이냐’가 문제가 됐을 뿐이어서 대장동 사업 청탁과는 관련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조씨는 이로부터 3년 뒤인 2014년 수원지검 특수부의 대장동 수사에서 알선수재 혐의가 발견돼 기소됐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조씨 혐의는 대장동 일당에게 부산저축은행 대출을 알선해주는 대가로 10억3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이는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대장동 대출을 넘겨받은 예금보험공사가 검찰에 대장동 일당을 수사의뢰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밝혀진 것이다. 당시 수사 역시 대장동 일당이 대출받은 돈을 횡령했는지 여부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출 자체가 부실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대검 수사팀이 대장동 사업을 덮었다고 주장하려면 이 대출이 부실하게 진행된 정황을 발견하고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나와야 한다”면서 “아직까지 그런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장동 수사팀도 2021년 조씨와 과거 대검 중수부 수사팀 관계자, 대장동 초기 사업자 이강길씨 등을 조사했지만 ‘부실 수사’ 정황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져졌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