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자산 매각에 회사채 발행까지..투자금 영끌 나선 SK그룹
설비투자 규모, 1년 새 50%↑…친환경 투자도 늘려
“순차입금 늘고 단기성 차입금 비중 늘어 부담 커져”
유상증자·지분 매각으로 투자금 확보·재무구조 개선해
“반도체·배터리 부문 실적 개선, 재무 부담 문제 해결”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SK그룹이 탄소중립 경영을 강화하면서 친환경 미래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이 밑바탕엔 최태원 회장의 이른바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혁신) 전략이 있다는 평가다.
다만 그룹의 변화를 위한 투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 그룹 경영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투자형 지주사인 SK㈜를 중심으로 보유 자산 매각뿐 아니라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SK는 친환경 사업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SK는 2025년까지 △에너지 전환 △산업 전환 △이산화탄소 처리 △전기차 소재·인프라 △친환경 디지털 제품·서비스 등에 누적 2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거와 같이 경제적 가치만 추구해선 미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최 회장의 생각이 담긴 투자다.
그러나 일각에선 SK의 이러한 투자 확대 소식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투자 규모를 확대하면서 재무 부담이 함께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SK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정유 사업의 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투자를 줄이지 않으면서 지난해말 그룹 합산 순차입금은 75조원으로 전년말 대비 19조원 늘었다. 이는 올해 3월말 기준 82조원까지 올랐다. 금융시장 경색 등으로 장기적 차입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SK그룹의 2022년말 기준 총 차입금(108조9000억여원) 대비 단기성 차입금(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 비중도 36.6%로 전년 동기 대비 11.4%포인트나 상승했다. 올해 3월말 기준 단기성 차입금 비중은 37.1%까지 재차 뛰었다.
박원우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와 정유화학 부문을 중심으로 영업현금창출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운영자금과 설비투자 등의 자금 소요에 대한 외부조달 부담이 확대됐다”며 “이는 주요국의 통화 긴축 전환 여파 등으로 장기성 차입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K 계열사들은 빚을 더 내기엔 부담스러운 만큼 유상증자나 지분 매각으로 투자자금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부문의 투자자금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할 예정이다. 투자형 지주사인 SK㈜도 최근 쏘카(SOCAR) 지분 17.9% 전량을 롯데렌탈에 넘겼고 왓슨 지분 매각도 검토 중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SK㈜의 쏘카·왓슨 지분 매각 소식에 대해 “두 건의 매각으로 유입된 현금의 활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신규사업 투자나 재무구조 개선, 주주환원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큰 만큼 기업가치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SK㈜는 이날 총 3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 결과, 2배 넘는 수요가 몰렸다. 이번 회사채 증액 한도를 최대 5000억원으로 상향 설정한 SK㈜로선 최대 목표치만큼 증액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올 상반기 두 차례의 회사채 발행을 통해 99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한 SK㈜가 이번에 또 5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다면 올해 누적 규모는 총 1조49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이는 지난해 연간 공모채 발행액(1조4000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와 관련 SK㈜는 “회사채 발행이 늘더라도 기업어음 등 일부 단기성 차입구조를 장기화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와 배터리 부문의 영업실적이 개선돼야만 SK의 재무 부담 문제도 해결되리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메모리 업황 개선, 배터리 사업의 원가구조 개선 여부가 중·단기간 그룹 신용위험의 핵심 변수”라며 “자체 영업현금 창출력 개선과 추가 자본유치 등을 통한 성장사업 투자재원 조달 여부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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