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5G 요금' 줄줄이 올리는 日 통신사…한국도 따라갈까

이주현 2023. 9. 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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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NTT도코모 등 통신 요금 올라
수익성 악화, 전기요금 인상에 압박 느껴
국내업계도 비슷한 고민…알뜰폰 경쟁도 부담
사진=한경DB


요금 인하 압박에 억눌렸던 일본 통신사들이 일제히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을 인상했다. 수익성 악화와 전기요금 인상 등의 악재가 맞물리면서 요금을 인상했다. 최근 요금제 출시 압박을 받았던 국내 통신사들도 요금 인상 대열에 합류할지 그 여부가 주목된다.

 日 통신 3사, 나란히 실질 5G  요금 올려

4일 일본 경제매체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통신사인 소프트뱅크, KDDI, NTT도코모 등 3사는 최근 일제히 데이터 당 요금이 오른 새 통신 상품을 선보였다.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23일 저가 브랜드인 ‘와이모바일’을 통해 데이터를 월마다 4·20·30기가바이트(GB) 쓸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놨다. 이 요금제는 기존 요금제보다 데이터당 가격이 늘어났다. 기존 상품은 월 4158엔(약 3만7500원)에 25GB를 제공했지만 새 상품은 5115엔(약 4만6000원)에 30GB를 제공한다. 1GB 당 요금이 약 3% 오른 셈이다.

다른 두 일본 통신사도 상황이 비슷하다. NTT도코모는 월 990엔(약 8900원)에 3GB를 제공하던 저가 요금제의 판매를 중단했다. 대신 월 2167엔(약 1만9500원)에 3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내놨다. 별도 신용카드나 가족 할인 등을 묶는 경우엔 880엔(약 8000원)에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KDDI는 지난 6월 저가 브랜드 ‘UQ모바일’을 통해 기존 요금제보다 데이터 1GB 당 요금이 약 10% 오른 신규 요금제를 도입했다.

통신업계에선 일본 통신사들의 요금 인상 원인으로 인플레이션과 5G 사업의 수익성 악화를 꼽고 있다. 일본은 2020년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주도 아래 민생 안정 차원에서 통신요금 인하 정책을 펼쳤다. 2021년 단말지원금을 제외한 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기도 했다. 여기에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야기된 인플레이션으로 전기요금이 오른 점도 이들 통신사에 부담이 됐다.

요금 인하 압박에 직면한 통신사들은 설비 투자 확대에 미온적이었다. NTT도코모의 설비 투자액은 2018년 5937억엔(약 5조3500억원)에서 2021년 5481억엔(약 4조9400억원)으로 3년 새 8% 줄었다. 같은 기간 KDDI는 9%, 소프트뱅크는 12% 늘었다. 5G 보급을 위해 설비 투자가 절실했던 상황임을 고려하면 투자가 활발했다고 보긴 어렵다. 국내 통신사와 비교하면 일본의 설비 투자 둔화는 더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의 설비투자액 합산 규모는 5504억원에서 7379억원으로 34% 늘었다.

일본 통신사의 투자 부진은 통신 품질 저하로 이어졌다. 지난해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이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11개 도시의 5G 통신 서비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쿄는 11개 도시 중 업로드 속도가 최하위였다. 5G 통신의 실질 속도가 서울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느렸다.

 국내는 요금 인하 압박 계속

통신 요금 인상 물결은 다른 나라도 사정이 비슷하다. 영국 통신사 BT는 최근 통신 요금을 약 14% 올렸다. 영국에서 최근 1년 새 통신비를 인상한 기업은 5곳을 넘는다. 이들 통신사의 평균 인상률은 10%다. 미국 버라이즌과 AT&T 등도 통신 요금을 올렸다. 지난해 세계를 강타했던 인플레이션의 충격을 상쇄하기 위한 요금 인상이었다.

국내 통신사는 상황이 반대다. 통신 3사는 지난 5~6월 일제히 데이터를 월 37~125GB를 이용할 수 있는 중간요금제를 내놨다. 정부도 요금제를 계속 손보고 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지난달 23일 “시작 구간을 낮춘 저가요금제 출시와 최적 요금제 도입에 대한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월 4만원 수준인 5G 요금 하한선을 3만원대로 낮추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 못쓴 데이터를 다음 달로 이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에선 요금 인하 압박이 일본처럼 통신 투자 완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2년 새 48% 오른 산업용 전기료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통신사들이 최근 요금을 인상한 건 네트워크 품질 문제를 해결할 재원을 확충하겠다는 차원”이라며 “하지만 한번 뒤처진 네트워크 품질을 되찾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통신사가 요금 인상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통신사가 그간 중간요금제 도입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게 정부의 압박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알뜰폰 보급 확산으로 기존 통신3사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점도 악재다. 알뜰폰 사업자의 이동통신 회선 점유율은 지난해 6월 12%에서 지난 6월 14.4%로 2.4% 올랐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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