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어봅시다] 정치인 단식 `양날의 칼`… "명분 약한 이재명 역풍 맞을수도"

김세희 2023. 9. 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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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호응때 원하는 결과 얻어
YS·DJ·문재인은 성공적 평가
이정현·황교안은 공감 못얻어
李 단식에 당내서도 의견 분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국회 앞 단식투쟁 천막을 찾은 이해찬 상임고문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로 '무기한 단식 투쟁' 5일째를 맞았다. 여야 지도부급 정치인들은 단식을 '만능치트키'처럼 쓴다. 국민 공감을 얻으면 국면을 전환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김영삼·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의 단식이 대표적이다. 반면 명분이 약해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실패한다.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국정농단'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은 비판만 받았다. 출구전략 조차 없는 '무능치트키'가 된 셈이다. 이 대표의 단식이 어떤 결론을 낼 지 주목된다.

◇이재명 단식을 향한 시선

당내에서 이 대표의 단식을 향한 시선이 곱지 만은 않다.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영장청구 시점과 맞물려 있어서다. 비명(비이재명)계는 국회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5선 이상민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나와 "단식의 명분으로 내세운 이유들이 나름 합당하기도 하고 뜻은 알겠지만 과연 그것(단식)이 유효 적절한가, 국민들의 집중도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 의문을 갖는 견해들이 (당내에)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체적인 여론의 흐름도 좀 냉담하다"며 "출구(단식 종료)도 명분이 충분히 있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자칫 유야무야, 국민적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끝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역대 단식은 어땠나

여야 지도자들은 주요 국면에서 단식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3년 5·18 3주년에 23일간 단식을 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평민당 총재였던 1990년 지방자치제 시행 등을 요구하며 13일간 단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촉구한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의 단식 중단을 촉구하는 동조 단식을 열흘간 했다.

이들의 단식은 성공적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은 분열된 야권을 각성시키는 계기가 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듬해 지방의회 선거 도입으로 이어졌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씨의 단식 중단을 이끌어냈다.

반면 실패로 끝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정현 전 대표는 2016년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자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의 사퇴를 축구하며 7일간 단식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단식은 '최순실 국정농단' 무마용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 전 대표가 단식투쟁을 선언한 시기는 최씨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개입 의혹이 불거진 상태였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2019년 11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공직선거법 개정 반대를 내세우며 8일간 단식투쟁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세월호 특별수사단을 출범시킨 지 9일 만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황 전 대표는 세월호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하기 위해 단식투쟁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지금의 이 대표와 상당히 비슷한 처지였다. 결국 이듬해 자유한국당은 21대 총선에서 대패했다.

◇이재명 단식 어떤 결론 낼까

이 대표의 단식을 두고는 검찰 수사와 체포동의안 표결, 자신을 향한 사퇴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석 삼조'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 자신도 단식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많은 분들이 단식 천막을 찾아왔다"며 "그 분들의 말씀이 밥보다 더 든든해지는 기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단식이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란 분석은 많지 않다. 거대 야당의 대표가 하는 단식이 강한 권력에 맞선 '약자의 투쟁'으로 비춰지진 않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보통 단식이라고 하면 약자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저항 수단"이라며 "그런데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거대 야당의 대표가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식의 명분도 역대 지도자들이 내세웠던 것보다 더 약하다"며 "다음주 여론조사를 보면 결과를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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