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당으로 뿌리가 든든한 직접민주주의 만들어요”
“우리는 어느 국가보다도 뜨거운 민주주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지역과 생활 속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에 작은 변화에도 민주주의의 퇴행은 쉽게 일어납니다. 뿌리가 든든한 직접민주주의를 만드는 게 지역정당의 소망입니다.”
지난 29일 저녁 전북 익산시 대학로 올댓뮤직 라이브카페에서 ‘주민에게 허하라! 지역정당’ 책 출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전북 뿐만 아니라 서울·경기·충북 등 각 지역에서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 책은 지역 활동가 11명이 뜻을 모아 엮었다. 저자로 참여한 임형택(49) Like익산포럼 대표는 이 책에서 ‘지역정당이 만드는 유쾌한 상상’을 썼다. 이날 행사 사회를 진행하기도 한 임 대표에게 머릿속에 확실히 잡히지 않는 지역정당의 개념을 물어봤다.
“지역정당의 기초단위는 기초자치단체입니다. 전북지역당 역시 익산지역당, 완주지역당, 정읍지역당 등 전북지역 14개 시·군의 지역당 연합으로 만들어지고 운영할 것입니다. 기존 정당들의 지역위원회가 선거 때만 활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역정당은 토론과 합의 등을 거쳐 생활현장에서 진성당원들과 생활밀착형 정치를 펼칠 것입니다.”
“직접민주주의에 기초한 지역정당이 새로운 민주주의 역사를 쓰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밝힌 그는 책에서 “지역정당은 우리 정치가 해결해야 할 과제인 적대적 공생 해소, 지방소멸 대응, 지역주의 완화, 다양성 증진에도 중요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지역정당을 허용하지 않는 법이 존재한다. 현 정당법은 서울을 포함한 5개 이상 광역자치단체에 시·도당을 두고 각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둬야 ‘정당’으로 인정한다. 5·16 군사반란 직후인 1962년에 만들어진 이 조항 때문에 주민주도, 지역중심의 정치활동을 원천적으로 허용하지 않아 헌법정신을 위배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지역정당을 허용하지 않는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국회에서 정당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처리가 안 되고 폐기됐습니다. 지금 저희 목표는 지역당의 연합을 통해 내년 4월 총선에 임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지역을 위주로 순회해서 5개 지역에 광역당을 만들어서 법적인 요건을 갖추고 등록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임 대표는 책 출간 기념행사를 서울, 경기, 충북, 인천, 대구 등 전국 각지를 돌며 지역정당을 알릴 예정이다.
“기초 시·군 단위 생활밀착형 정치로
지방소멸·지역주의 등의 대안될 것”
정당법의 광역 시·도당 조항 ‘걸림돌’
“각 지역당 연합해 내년 총선 임하자”
원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익산시의원 재선을 역임한 그는 기득권 정치구조를 바꾸고 지역에 희망이 있다는 믿음으로 2012년부터 익산희망연대, 좋은정치시민넷 등에서 시민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역정당이 꾸려지면 무엇이 좋으냐고 물었다. 그는 “예컨대 주민이 조례를 만들고자 할 때 청구요건에서 주민 숫자를 대폭 낮출 수 있다. 현 주민조례발안 제도는 청구요건을 과거보다 낮추는 법 개정을 했음에도 여전히 현실의 벽이 높다. 전북도민이 조례를 발안하려면 1만명 이상(전북도민 유권자 수의 150분의 1에 해당)이 연대서명을 해야 한다. 지역정당은 지금의 50% 수준으로 요건을 더 낮춰 조례 발안이 가능하도록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18일 출범하는 전북특별자치도 문제도 초기에 공론화의 장을 만들고 도민 참여를 보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북지역당 추진위원을 맡은 그는 “현재 전북지역당 창당추진위원회가 발족해 9월 초부터 전북지역 14개 시·군을 순회하는 이야기 마당을 진행할 계획이다. 중앙 중심의 여의도 정치를 벗어나 지역정당이 새로운 정치의 핵심으로서 정치개혁에 활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지역정당을 한마디로 요약해 달라고 부탁하자 이렇게 말했다.
“지역정당이 위기의 정치를 바꾸는 가장 중요한 핵심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정당이 정치변화를 주도하는 흐름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치가 바뀌는 데는 위에서 내려가는 하향식보다는 아래로부터 변화를 통해서 중앙을 바꾸는 상향식 방법이 진정으로 필요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입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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