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스터디] 나스닥 상장 후 주가 롤러코스터…GM 시총 넘은 베트남 전기차 빈패스트 | SPAC 상장 고평가 부작용? ‘베트남의 삼성’ 후광 효과?

정원석 선임기자 2023. 9. 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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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매장에서 빈패스트 전기 자동차가 첫 고객에게 인도되기 전 주차 중이다. 사진 로이터연합

뉴욕 증시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등장한 베트남 전기차 메이커 빈패스트(VinFast)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나스닥 상장 첫날 약 68% 주가 급등으로 시가총액이 850억달러(약 113조1350억원)를 돌파했지만, 일주일 만에 주가가 상장 당시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나 다시 하루 새 주가가 한때 250% 넘게 폭등하며 시가총액이 900억달러(약 120조6500억원)에 달했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메이커의 시가총액을 모두 뛰어넘는 수준이다.

빈패스트는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Vin)그룹의 팜 녓 브엉(Pham Nhat Vuong) 회장이 93억달러(약 12조4600억원)를 투자해 세운 회사다. 브엉 회장은 보통주 23억 주의 99%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빈패스트의 주가 급등락이 시장에 풀린 주식이 제한된 수급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롤러코스터 탄 빈패스트 주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빈패스트는 8월 14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나스닥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블랙스페이드애퀴지션(BSAQ)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 상장했다. 주당 22달러에 거래가 시작된 빈패스트의 주가는 이날 주당 37.06달러까지 올랐다. 투자 정보 매체 배런스(Barrons)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빈패스트의 시가총액은 미국 내 모든 전기차 스타트업의 시가총액을 합친 금액보다 많다. 포드(480억달러)나 GM(470억달러)뿐만 아니라 BMW,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현대차·기아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대부분을 제쳤다. 도요타(2240억달러)와 테슬라(7380억달러) 정도만 빈패스트를 앞섰다.

그러나 빈패스트의 주가는 상장 다음 날인 8월 15일부터 하락세를 탔고, 16일에는 주당 20.00달러까지 내려가며 상장가를 밑돌았다. 17일에는 주당 15.40달러까지 밀렸다. 반전은 21일 벌어졌다. 주당 18.80달러로 거래를 시작했던 빈패스트 주가는 한때 전일 대비 250% 폭등한 46.98달러까지 치솟다 36.72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22일에도 장 초반 주당 29.82달러까지 밀린 뒤 곧바로 45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주당 37.03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은 주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한때 357억달러까지 쪼그라들었던 시가총액은 8월 21일 이후 상장 첫날의 850억달러 수준으로 회복했다.

“SPAC 고평가·유통 물량 제한 등 수급 영향” 분석

전문가들은 빈패스트의 주가 급등락을 SPAC 우회 상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SPAC은 인수합병(M&A)이 목적인 서류상 회사다. 증시에 상장한 뒤 비상장 기업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합병 대상인 기업 입장에서는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기업 공개가 어려운 때에도 적절한 시기에 대규모 투자 자금의 조달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합병 기업의 가치가 고평가되는 경향이 있어 상장 초기 급등한 주가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급락하는 경우가 잦다. 빈패스트에 앞서 SPAC을 통해 상장된 리비안과 루시드 등도 비슷한 경로를 걸었다. 첫 번째 전기차 픽업트럭을 출시하며 2021년 11월 증시에 입성한 리비안은 나스닥 상장 첫날 미국 자동차 빅 3의 시가총액을 넘어섰고, 루시드도 시가총액이 898억달러(약 120조3700억원)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부족한 생산능력과 영업이익 등 가시적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리비안과 루시드의 현재 주가는 상장 당시 대비 84~88% 급락한 상태다.

배런스는 “SPAC 관련 주식은 거래를 시작할 때 변동성이 클 수 있다”면서 “빈패스트 발행 주식(23억 주) 중 일부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수급 문제가 발생하고, 투자자들이 재무 예측과 상대적 가치 평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월스트리트 분석도 없는 등 몇 가지 이유가 (주가 급등락)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미 공장에 40억달러 투자”

실제로 월스트리트에서는 빈패스트의 최근 주가를 기업 가치에 비해 고평가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빈패스트의 우회 상장 통로가 된 SPAC 블랙스페이드에퀴지션은 회사 가치를 주당 10달러로 산정한 230억달러(약 30조6000억원)로 평가했다. 시초가 22달러부터가 평가 가치를 두 배 웃돌았다. 배런스는 “빈패스트는 수익성이 없고 잉여 현금 흐름도 긍정적이지 않지만, 시가총액이 포드와 GM을 추월했고, (빈패스트보다)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는 리비안의 약 네 배에 달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서 “(적정 주가 판정) 기준은 SPAC 거래 평가된 주당 10달러가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3년 상반기 1만13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빈패스트는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는 리비안(2만600대), 전기차 스타트업 리오토(14만 대)보다 판매 실적이 저조하다.

다만, 월가 일각에서는 빈패스트가 베트남 최대 기업 집단인 빈그룹 계열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빈그룹은 2023년 상반기 매출(연결 기준) 43억3000만달러(약 5조8000억원), 세전 영업이익 3억3500만달러(약 4500억원)를 올렸다. 빈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있어 리비안 등 스타트업과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이다. 2017년 빈패스트를 설립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한 빈그룹은 2022년부터 전기차에 올인했다. 빈그룹은 유럽과 미국 공략을 위해 미 노스캐롤라이나에 연간 15만 대 생산이 가능한 공장 건설에 40억달러(5조3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Plus Point
북미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 던진 베트남 최고 부호 팜 녓 브엉은?

사진 로이터연합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Vin)그룹을 이끌고 있는 팜 녓 브엉(Pham Nhat Vuong) 회장은 베트남에서는 최초로 2013년 ‘포브스 억만장자’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2022년 말 43억달러(약 5조7642억원)로 추산된 브엉 회장의 자산은 이번 상장으로 인해 430억달러(약 57조6420억원) 수준으로 폭증했다.

1968년 베트남 하이퐁에서 태어난 브엉 회장은 하노이 광업지질대, 러시아 지질탐사연구소 등에서 공부했다. 1992년 대학을 졸업한 브엉 회장은 1993년 우크라이나 히르키우에서 건조 요리 제품을 판매하는 테크노컴을 설립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브엉 회장은 2009년 이 회사를 네슬레에 1억5000만달러(약 2010억원)에 매각했다.

베트남의 대표적 휴양지인 나짱(Nha Trang·나트랑)에 빈펄 리조트를 개장하면서 베트남 사업을 시작한 브엉 회장은 2004년 하노이 중앙에 빈컴 시티 타워(이후 빈컴 바찌우로 개칭)를 개장하면서 부동산 개발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2007년 부동산 개발 회사인 빈컴(Vincom)과 럭셔리 리조트 사업인 빈펄을 합병해 현재의 빈그룹을 형성했다.

2017년 빈패스트를 설립하면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브엉 회장은 스마트폰 제조 회사인 빈스마트를 세우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스마트폰 사업은 3년 만에 중단했지만, 빈패스트는 2022년부터 전기차 생산에 올인하기로 하고 북미, 유럽 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등 사업 확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 밖에 제약 회사인 빈파(VinFa), 인공지능(AI) 기술 연구 회사인 빈AI(VinAI),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빈ES(VinES·빈에너지솔루션)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호찌민 증시에서 빈그룹 계열사의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5%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빈그룹의 2022년 매출은 55억6000만달러(약 7조4000억원), 세후 영업이익은 8530만달러(약 1140억원)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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