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김도현 SK디앤디 대표 | “내 집 마련 못 해도 ‘코리빙’으로 주거 선택지 다양화”

백윤미 조선비즈 기자 2023. 9. 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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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SK디앤디 대표서강대 화학공학, 전 SK건설 미주사업본부장, 전 SK디앤디 경영지원본부장 사진 이태경 조선일보 기자

“한국에는 내 집 마련 아니면 ‘욜로(YOLO·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로 사는 선택 두 가지뿐이다. 그사이에 수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7월 1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코리빙 하우스(co-living house·공유주택) ‘에피소드 강남262’에서 만난 김도현 SK디앤디 대표는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코리빙 하우스란 건축법상 임대형 기숙사로 분류되는 공동 주거 형태다. 화장실과 개인 방은 따로 쓰도록 해 기존 셰어하우스의 단점을 보완하고 공용 라운지나 주방 등 커뮤니티 시설을 다양화해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SK디앤디는 서울 강남·서초·성수 등 6개 지점에서 코리빙 하우스 ‘에피소드’ 약 3800가구를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에피소드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함께한 인물이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강남점 공용 업무 공간의 책상 하나까지 김 대표의 ‘컨펌’을 거쳤다고 한다. 그는 한국형 코리빙의 미래에 대해 “무조건 진화하는 과제만 있다”고 했다. 김 대표에게 코리빙 하우스 산업에 뛰어든 계기와 코리빙 브랜드 ‘에피소드’의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코리빙 하우스 ‘에피소드 강남262’. 사진 SK디앤디

SK디앤디는 주로 업무·상업용 건물을 개발하는 디벨로퍼다. 코리빙 하우스에 관심 가지게 된 계기는.
“솔직히 부동산 개발 상품을 어떻게 하면 확장할까 하는 고민에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 기관투자가나 디벨로퍼의 관점에서 보면 해외와 달리 한국에서는 전세 제도 때문에 주거 상품에 투자해 임대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언젠가는 주거 상품으로 임대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된다면 분양보다 운영을 통해 자산 가치를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임대주택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1인 가구가 임대주택의 주 수요자였고, 그중 대다수인 젊은 층이 도시를 원했다. 거기에 그들이 원하는 ‘에지(edge·세련됨)’와 디자인, 남다른 것 등을 묶어서 ‘에피소드’라는 상품을 만들었다. 처음엔 다들 성공 못 할 거라고 했다(웃음).”

실례가 되는 질문일 수 있겠다. 김 대표는 1967년생이다. 이제 막 태동하는 코리빙 산업 특성상 젊은 경영자들이 많은데 어떻게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에피소드’를 구상할 수 있었나.
“우리는 우리의 고객층을 ‘영 어덜트(young adult)’라고 설정했다. 나이로 따지기보다는 영혼이 젊은 사람들이다. 자기 삶을 적극적이고 진지한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것들을 생각했다. 코리빙 하우스에 영원히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특정 기간 살면서 각자의 목적을 이루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특별히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이야길 들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을 많이 한다. 전통적인 시행업이 최신 트렌드를 따지는 경향과는 별개로 이뤄진 건 사실이다.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다 보니 독립적인 아티스트나 설계사 등을 중심으로 찾게 됐다. 현재 시니어 주거 시설도 고민 중인데 나중에 한번 보시라. 그때는 또 ‘어떻게 이런 할아버지 같은 생각을 했냐’고 물을 거다(웃음).”

서울 서초구에 있는 코리빙 하우스 ‘에피소드 서초393’의 공용 라운지. 사진 SK디앤디

에피소드를 설계할 때 가장 중점을 둔 요소가 있다면.
“지점별로 콘셉트가 다르게 꾸민 것이다. 디자인은 대상을 소수로 특정할수록 힘이 생긴다. 신촌점은 ‘글로벌’이 콘셉트다. 처음부터 외국인과 문화를 섞는 방향으로 인테리어 등을 설계했다. 서초점은 강남대로에 있지만 주거에 집중해 ‘도심 속 힐링’을 목표로 했다. 강남점은 ‘리브 앤드 워크(live and work)’ 콘셉트로 24시간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프로페셔널한 공간으로 설계했다.”

최근 코리빙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는지.
“많이 느낀다. 특히 해외에서 관심이 많다. 예전에는 멀티패밀리 레지덴셜(다가구 부동산)을 하고 싶어 했다면 요즘은 코리빙을 하고 싶다고 한다. 해외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로 주거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어서인 것 같다. 이전에는 출근만 고려했다면 이제는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공간을 선택하는 경향이 훨씬 강해졌다.”

한국은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높아 내 집 마련이 늘 화두다. 코리빙 하우스에 사는 건 내 집 마련이랑은 좀 다른 개념인데, 수요가 지속될 수 있으리라고 보는지.
“기본적으로 세상에는 다양한 수요가 있다고 믿는다. 한국은 이제까지 시장 규모가 작았고 어떤 트렌드가 전부를 지배하는, 그런데 그 트렌드가 계속 바뀌는 특징이 있었다. 소득 계층의 차이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는 절대다수의 먹고사는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큰 대안 몇 가지가 문화를 주도할 수밖에 없다.

반면 선진국은 상대적으로 개개인의 권리나 호불호에 대한 선호를 존중받는 사회이고 여러 상황에 대한 대안이 마련돼 있다. 내 집이 있지만 세컨드 하우스를 갖고 싶다거나, 다른 곳에 살다 다시 돌아오고 싶다거나. 에피소드가 코인을 만들어서 조각 투자를 통해 수익화가 가능해지면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내 집 마련 아니면 ‘욜로(YOLO)’로 사는 선택 두 가지뿐이었다면, 그사이에 수많은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

에피소드가 토큰증권 발행(STO)도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인가.
“구체적인 것은 아니고, 고민은 하고 있다.”

영국 코리빙 기업을 취재해 보니 서울 등 아시아 진출 계획도 있다고 했다. 최근 막강한 아파트 브랜드 파워를 가진 대형 건설사도 코리빙 하우스에 대한 스터디를 시작했다고 한다. 결국 경쟁자가 유입되는 셈인데, 에피소드가 살아남을 수 있는 강점은.
“우리는 미리 시장에 들어와서 여러 가지 노하우를 쌓았다. 어떤 브랜드를 갖고 무언가를 팔아낸 것과 실제 운영을 해 보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닐 거다. 우리는 나름대로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는 게 차별화라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에 있다가 나가서 코리빙 등 일들을 많이 하지만 꼭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오진 않는다. 개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조직의 가치관, 그 조직이 시장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주제, 이걸 어떤 방식으로 행하는지 등이 충분히 준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쉽지 않을 거다. 해외 업체와 글로벌하게 협업하는 것도 좋기는 하겠지만 우리도 준비한 게 많다.”

코리빙이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고 한국에서 하나의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무조건 망가지지 않고 가는 것, 진화하는 과제만 있다. 과거처럼 집을 팔든지 만들든지가 아닌,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치를 창조하는 기회는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코리빙 산업은 계속 갈 것이다. 다만 코리빙 하우스도 현재 이 모습에만 국한돼 있다면 반짝하고 사라질 수도 있다. 지금 모습을 바탕으로 발전해 나가야만 사람들이 계속 선택해 줄 것이다.”

발전을 위한 과제가 있다면.
“우선 제도적 환경에서 어려운 점이 많다. 현행 임대 제도는 투기를 규제한다는 관점이 들어가 있다. 건축법도 최근 임대형 기숙사 규제를 좀 풀어준다는 이야기는 나왔지만, 그것도 실무 측면에서는 보완해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 공동주택에 경로당이나 어린이 놀이터를 넣어야 하는 등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또 단기 거주에 대한 임차료를 매길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거주 기간이 짧으면 당연히 임차료를 더 많이 받아야 하는 시장 논리가 제도상 들어갈 수 없다. 이 밖에 구성원의 처우 합리화, 운영의 질 상승 등은 직접 바꿔 보고 싶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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