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의 법으로 보는 중국 <88>] 중국 인터넷의 붉은 빛 ‘망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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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10년 무렵에 중국에는 킨들 전자책, 아이폰 등 서구의 최신 전자제품들이 소개되면서 중국의 젊은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제품 출시와 동시에 빠르게 구입해 사용하는 성향의 소비자)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젊은이들의 소득에 비해서 이런 제품들은 엄청나게 고가였음에도 젊은이들의 이런 신문물에 대한 구매욕은 불로도 다 태우지 못하고 봄바람이 불면 다시 살아나는 질긴 생명력의 잡초에 비유되기도 했다. 그래서 ‘종초(種草)’라고 하여 풀을 심는다고 하면 좋은 제품을 소개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구매를 유도한다는 말로 쓰이게 됐다.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나아가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가끔 우리나라에도 소나 돼지 같은 가축의 무게를 더 나가게 하기 위해서 강제로 물을 먹이는 몹쓸 불법행위들이 자행됐던 적이 있다. 중국에서도 이러한 행위를 물을 주입한다고 하여 ‘주수(注水)’라고 한다. 지금은 중국에서 주수는 본래의 의미 외에도 과장 광고같이 실체와 다른 허구적인 요소를 많이 가미한다는 말로 쓰인다.

각종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의 등장으로 언론의 기능이 탈중앙화 하면서 중국에서도 자신들만의 콘텐츠로 수많은 구독자들을 확보하고 풀을 심거나 때로는 불법적으로 물을 주입하여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중국에서 ‘망홍’은 ‘망락홍인(网络红人)’의 준말로, 네트워크를 붉게 물들이는 사람으로 인플루언서라고 할 수 있다. ‘대V(大V)’라는 말도 하는데, 이는 중국의 SNS에 통상 구독자 수 5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인기 인물을 말한다. 여기서 ‘V’는 검증됐다는 ‘Verified’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대V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플랫폼의 인증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망홍 대V’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부 콘텐츠들이 소개 대상인 식당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콘텐츠를 주문 제작하거나, 콘텐츠에 소개한 사진이나 영상이 실제의 그것과 차이가 크게 나서 허위에 가까운 과장 광고를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들은 모두 중국의 광고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중국의 광고법은 허위이거나 사람으로 하여금 오해를 일으켜서 소비자를 기망하거나 오도하는 광고를 허위 광고라고 규정하면서 구체적으로 그 예를 들고 있는데 △상품이나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상품의 성능, 기능, 생산지, 용도, 품질, 규격, 성분, 가격, 생산자, 유효기간, 판매 상황, 명예 증서 등의 정보, 또는 서비스의 내용, 제공자, 형식, 품질, 가격, 판매 상황, 명예 증서 등의 정보와 제품 또는 서비스의 실제 상황이 일치하지 않아 구매 행위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 △허위이거나 위조 또는 증명이 되지 않는 연구개발(R&D) 성과, 통계 자료, 조사 결과, 문헌, 인용어 등의 정보를 증명의 자료로 삼는 경우 △상품 또는 서비스 사용의 효과가 허위인 경우 △허위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해를 일으키게 하는 행위로 소비자를 기망 또는 오도하는 기타 상황을 규정하고 있다(제28조).

2023년 8월 15일 중국의 국가통계국은 통계 수치 산출 방법의 정확성을 제고한다는 이유로 청년실업률을 앞으로 공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한 해 대학 졸업생이 1000만 명을 넘어선 중국에서 일자리의 공급이 젊은이들의 수요를 따라가기가 점점 더 힘에 부쳐 가는 듯하다. 중국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민영 경제가 앞으로 더욱 활성화돼 간다면 플랫폼을 기반으로 ‘풀을 심는’ 망홍 대V들이 점점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