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맵(Map)시 있는 전자 지도 활용법
2000년대 이전에는 여행지나 약속 장소를 찾아갈 때 종이 지도 한 장을 차근차근 짚어가며 길을 찾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켜고 지도 앱에서 목적지를 입력하면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에 의해 나의 위치를 실시간 확인하면서 쉽게 목적지에 다다른다. 15년 전 감정평가 업무를 하던 시절에는 임장 활동을 통해서만 대상 부동산의 물리적 상태, 상권 및 입지 분석, 시세 파악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IT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현장 조사 전 손품을 팔아 각종 지리적, 공간적, 시세 데이터를 쉽게 취득할 수 있게 되었다. 부동산 투자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는 하지만, 손품만으로도 투자 대상 적격 여부가 필터링된다면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절감될 것이다. 능률적인 부동산 투자를 위해 각종 데이터가 입혀진 전자 지도(측량 등을 통해 만든 종이 지도를 디지털 방식으로 변환하여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한 지리 정보) 활용 시, 도움이 될 만한 팁을 몇 가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시계열 데이터로 히스토리 알기
영국의 세계적 역사학자인 에드워드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다. 이를 부동산에 적용해 보면, 현재의 부동산 현황 및 가치는 과거로부터 변천된 사실로 설명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부동산 현장 조사를 가서 발품을 판다고 과거의 데이터가 파악되지는 않는다. 해당 상권의 업종이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시세 흐름은 어떠했는지, 본건 건물 신축 이전에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는지를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를 탐문 조사한다고 한들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즘은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지도에서 지원되는 다양한 기능을 통해 정확한 시계열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먼저, 시점별 거리뷰(로드뷰)를 통해 대상 부동산 및 인근의 업종 변화, 대상 부동산 신축 전 과거 이용 상황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상권이 확장되면서 근린생활시설로 용도 변경되고 있는 성수동 이면부는 10년 전 거리뷰를 보면 단독주택, 빌라로 빼곡했다. 또한, 현재는 오피스텔 밀집 지역으로 바뀐 과거의 방이동 모텔 골목을 보면서, 오피스텔 개발 지역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고, 리모델링 목적으로 꼬마빌딩 매입 시에도 거리뷰로 인근 리모델링 사례의 전후 모습을 보면서 적정 매입 가격 및 리모델링 비용을 추정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거리뷰보다 더 오랜 시점을 보여주는 항공사진 역시 중요한 과거 정보다. 특히, 소송이나 보상 시 위법 건축물이나 무허가 건축물의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증빙 자료가 될 수 있다. 위법 건축물의 존재 기간 확인으로 손해 배상 청구 금액이 달라질 것이며, 1989년 1월 24일 이전 무허가 건축물은 보상 대상이면서, 재개발사업의 경우라면 입주권 여부가 결정된다. 일반인들도 국토 정보 플랫폼에서 항공사진을 확인할 수 있으며, 온라인으로도 발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도에 입혀진 과거 실거래 가격 정보도 시세 파악에 큰 도움이 된다. 과거에 여러 번 거래된 내역이 있는 사례를 통해 연간 가치 상승률이나 지역의 성숙도를 파악해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일일이 등기부 등본을 떼서 매매 금액을 확인하곤 했지만, 이제는 전자 지도 몇 번 클릭만으로 시세 파악이 되니 엄청난 시간 절감을 할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구글 글라스 같은 디바이스를 착용하고 임장을 나가면 증강현실(AR)로 건물 앞에 실거래 가격 정보뿐만 아니라 건물 정보(층별 용도, 면적, 높이 등)도 보여줄 것 같긴 하다.
‘토지이음’으로 도시계획 및 공법상 제한 알기
부동산 상담 자문 업무 시, 부동산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방문하는 사이트가 ‘토지이음’이다. 대상 토지의 용도지역, 면적, 공시지가 등 기본 정보 파악이 우선시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대상 토지의 도시계획 및 공법상 제한 파악이 목적이다. 대상 토지가 재개발구역 또는 지구단위계획구역일 경우에 장래 이용에 큰 제약이 따르며, 부동산 가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부동산 가치와 이용 상황에 영향을 주는 각종 공법상 제한, 예를 들면 교육환경 보호구역인지, 가로구역별 최고 높이 제한지역인지, 토지거래허가구역인지, 도시계획도로에 저촉되는지, 보전산지인지 등도 꼼꼼히 확인해 본다.
토지이음 사이트의 최대 장점은 전자 지도 도면으로 각각의 도시계획 및 공법상 제한의 공간 범위와 경계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특정 지역의 도시계획 도로를 클릭하면 도면상에 빨간색으로 도로가 표시되면서 전체적인 도로의 계통뿐만 아니라 대상 토지의 저촉 여부 및 범위도 파악할 수 있다.
‘브이월드’로 수치화 정보 파악하기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공간 정보 오픈플랫폼인 ‘브이월드’는 국토 관리, 교통, 산업, 환경 등과 관련된 다양한 지리적, 공간적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3D 데스크톱 전자 지도를 통해 거리, 면적뿐만 아니라 건물의 높이, 임야의 경사도, 일조 분석, 사선제한 등을 입체감 있게 파악할 수 있다. 현장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이러한 수치 정보를 사전에 체크한다면 현장에서 필요한 부동산 실측 및 측량 업무를 대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8월 18일 국토교통부는 ‘브이월드 고도화 계획(2023~2026)’을 발표하면서 3D 지도 등 고정밀 공간 정보 확대, 모바일 3D 지도 기능 등 사용자 중심 활용 기능 확충 등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프롭테크 서비스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새로이 업데이트되는 공간 정보 플랫폼이나 디바이스에 관심을 가지고 부동산 현황 파악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종 투자 결정은 현장답사 후에
현장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시계열 공간 정보 및 시세 정보, 공법적 정보, 수치 정보 등을 사전에 전자 지도를 통해 꼼꼼히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부동산 투자 대상 후보군으로 낙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종 투자 결정은 손품만으로 파악되지 않는 발품 정보를 확인한 후에 내려져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 공간감을 느끼고, 악취는 없는지 냄새도 맡고, 사람들의 동선과 표정 등도 살피면서 디지털 정보가 제공하지 못하는 아날로그 감성도 파악되어야 확신을 두고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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