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의 경제 프리즘 <15>] 몇 대 몇: ‘네 탓’과 잼버리

김경원 세종대 경영경제대학장 2023. 9. 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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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로 표기하는 세계 스카우트 대회가 얼마 전 막을 내렸다.

이는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전 세계로 실시간 전송돼 '톡톡한' 나라 망신에 원인 제공하게 됐다.

이것도 2016년 사업 유치 당시 400억원대였던 예산이 세 배 가깝게 증액된 것이었고, 행사 전 조직위원회가 받은 후원금 126억원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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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텔타구역 쿨링 터널 안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 뉴스1

#1│‘인지적 오류’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이 말은 하도 유명해져서 이제는 경영학원론 교과서에도 나온다. 여기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자기 위주 편향(self-serving bias)’이 아닌가 싶다. 이는 성공은 자기 자신의 공으로 돌리고 실패는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한 고등학생이 중간고사 성적이 좋게 나오면 자기가 공부를 열심히 한 결과라 자랑하고, 성적이 나쁘게 나오면 교사가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불평하는 것이다.

자기 위주 편향은 역대 정권에서 거의 항상 있었던 일이나 특히 지난 정부에서 심했던 것 같다. 출범 시점이 한참 지난 후에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던 경제 상황의 원인을 외부 환경이나 야당, 그전 정부 탓으로 돌리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Netat Economics’ 즉 ‘네 탓 경제학’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었다.

#2│‘명심보감(明心寶鑑)’은 1393년에 명(明)의 학자 범립본(范立本)이 ‘사서삼경’ ‘소학’ 등 유교 경전과 여러 고전에서 ‘마음에 좋은’ 내용을 추려내어서 20개의 주제로 엮은 책이다. 그중 일곱 번째인 ‘존심(存心)’편에 나오는 말이다. “범충선공이 아들에게 경계했다. 사람은 비록 자신은 지극히 어리석을지라도 남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밝고, 비록 총명하더라도 자신을 용서하는 것은 흐리다(范忠宣公 戒子弟曰 人雖至愚 責人則明 雖有聰明 恕己則昏).” 범충선공(范忠宣公)은 중국 북송(北宋)의 재상으로 그의 아버지 역시 출중한 재상으로서 외적을 막아내고 개혁을 추진한 범중엄(范仲淹)이다. 이 구절에서 나온 남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잘한다는 ‘책인즉명’의 사자성어가 웬일인지 몇 년 전, 특히 지난 정부 때부터 많이 쓰인다.

#3│‘잼버리(jamboree)’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대축제, 큰 잔치, 젊은이들의 유쾌한 야외 회합’이라고 나온다. 이 단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쯤 미국에서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그 어원은 대체로 불분명하다. 물론 그 어원에 대해서는 신혼부부를 마을에 맞아들이는 잔치를 뜻하는 프랑스어 ‘시바리(shivaree)’라는 말부터 아프리카 스와힐리어 인사말인 ‘잠보(jambo)’, 더 나아가 힌디어, 인디언어까지 다양한 설이 있다. 전직 영국군 장군으로서 스카우트 운동을 창시한 로버트 베이든 파월이 1920년 첫 번째 스카우트의 단체 모임을 주도하면서 이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 정작 본인도 이 말이 어디에서 온지는 잘 몰랐다고 한다. 이후 4년마다 세계잼버리가 개최돼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제17회 세계잼버리가 성공적으로 열린 적이 있으며 금년에는 전라북도 새만금에서 제25회 대회가 개최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이 대회를 두 번 이상 개최한 5개국 중 하나가 됐다.

#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교통사고가 나면 운전자들이 내려 사진을 찍고 흰색 페인트 스프레이로 사고 난 차들의 타이어 아래에다 표식을 하는 광경을 많이 봤다. 이후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인지 그리고 그 책임 소재는 어떻게 나눌 것인지 등을 보험회사나 경찰의 판정을 받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었다. 물론 사고 당시 상황은 페인트 표식 및 타이어의 끌린 자국 등으로 추정하기 때문에 부정확할 소지가 많았고 당사자들이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기술 발전으로 ‘블랙박스’라는 기계가 출현하면서 사고 당시 영상이 녹화된 덕택에 사고 실체가 훨씬 명확해졌다. 하지만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책임 배분의 문제는 여전해서인지 모 TV 방송국에서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TV 프로그램 이름에 ‘블랙박스 몇 대 몇’이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여기 출연한 변호사가 만든 교통사고 관련 유튜브 채널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전문성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교통사고와 연루된 신청인의 블랙박스 영상과 주장을 듣고 가해자와 피해자 간 책임을 나누어 준다. 이 과정에서 구독자들도 투표하게 하여 흥미를 높이곤 한다. 가끔은 100 대 0도 있으나 보통은 6 대 4, 7 대 3, 8 대 2 등의 판정이 나오고 구독자들의 댓글은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로 흐른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경제대학장현 세종대 부총장, 전 대성합동지주 사장, 전 CJ그룹 전략총괄기획 부사장, 전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잼버리로 표기하는 세계 스카우트 대회가 얼마 전 막을 내렸다. 이 행사는 시작되자마자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 한 그루 없는 간척지 위에다 야영장을 차려 폭염 피해가 심한 것은 문제의 극히 일부분이었다. 4만3000명에 달하는 참가자를 위한 화장실은 불과 354개로서 턱없이 부족한 데다 수세식도 아니고 이를 관리할 인원은 불과 15명이어서 위생 문제도 심각했다. 샤워 시설 부족, 급수 시설 미흡, 벌레 습격 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는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전 세계로 실시간 전송돼 ‘톡톡한’ 나라 망신에 원인 제공하게 됐다. 결국 미국, 영국 등은 조기 퇴영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총리까지 내려가 변기 청소를 하는 등 중앙 정부가 적극 개입했고 삼성 등 기업들이 행사 도우미를 자처하면서 가까스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게 됐다.

이 행사는 간척지 매립 등 공사비 등은 제외하고 1130억원에 달하는 직접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조직위원회가 이 가운데 870억원을 인건비, 출장비 등으로 사용했으며 정작 시설 조성, 운용, 식음료 지원 등 예산을 썼다는 항목은 예산 중 일부에 불과했다. 이것도 2016년 사업 유치 당시 400억원대였던 예산이 세 배 가깝게 증액된 것이었고, 행사 전 조직위원회가 받은 후원금 126억원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잼버리 명분의 해외 출장이 전라북도와 부안군에 집중됐지만 손흥민 경기 관람, 크루즈 여행 등 정작 잼버리 개최와는 먼 외유성 출장이 적지 않았다는 문제가 연일 보도됐다. 물론 지금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여성가족부 및 그 장관의 무능함, 불성실도 도마에 올랐다. 형편없는 준비 부실로 이 행사는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는 평가는 변함이 없다.

감사원 감사가 예고된 가운데 정치권에서 이미 ‘네 탓’ 공방이 달아오르고 있다. 게다가 전직 대통령이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며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라는 코멘트를 남겨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여당은 전형적인 ‘유체 이탈 화법’이라 반발했다. 그런데 이런 행사 실패의 책임 소재를 과연 어떻게 볼까? 세계 및 한국스카우트연맹 등 민간 단체를 제외하고 공적 부문만 제한해 봐도 여러 기준이 있을 수 있고 그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책임 소재를 가르는 기준을 시간 축으로 삼는다면 전 정권과 현 정권 간에 그리고 그 기준을 현시점에서 관련된 조직과 사람으로 삼는다면, 여성가족부 및 중앙정부와 전라북도 및 부안군 간으로 책임을 배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일부 언론은 이와 관련된 보도를 하고 있으나 매체 성향에 따라 극히 다른 결과를 내놓고 있다. 필자도 ‘몇 대 몇’을 시도해 보았다. 필자의 주위 교수들의 공표된 정치 성향에 따라 각각 15명의 교수에게 투표를 요청해 봤다. 결과는 밝히지 않겠으나 일방적인 결과가 나와 필자도 조금 의외였다.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자기 위주 편향’과 ‘책인즉명’이 강할수록 책임이 더 크게 배분됐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곱씹어볼 여지는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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