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의 IT 월드 <11> ‘2023 갤럭시 언팩’ 체험기] 고객 중심 경험을 중시했다…XR 시대 대비해야
삼성전자는 7월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COEX)에서 ‘갤럭시 언팩(Unpack) 2023: Join the Flip Side’을 개최했다. ‘갤럭시 언팩(이하 언팩)’ 행사는 201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첫 번째였고,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스페인 바르셀로나,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등 해외 주요 도시를 거쳤고 이번에는 최초로 한국에서 열렸다.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매년 두 번씩 열고 있어, 이번이 27번째 언팩 행사다. 애플 역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매년 ‘언팩’ 행사를 연다. 삼성은 Z플립·폴드5, 갤럭시 워치6, 갤럭시 탭S9 등 신제품군을 공개했다.
화면 ‘주름’ 줄이고 내구성 강화한 폴더블폰
필자는 직접 참관한 이번 언팩 행사에서 삼성의 큰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제품 하드웨어 성능의 우수성을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고객의 사용성을 알리는 것에 집중했다. 그동안 고객 경험 중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이번에 좋은 성과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삼성이 고객의 불편함을 덜어주고 제품 사용성에 충실하고자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가장 큰 성과는 갤럭시 폴더블폰(접는 폰)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혀온 접히는 부분의 성능을 크게 개선한 점이다. 또한 제품 무게와 두께를 줄이는 등 기본 기능 개선에 노력했다. 갤럭시 폴더블폰의 접히는 부분의 힌지(hinge) 문제를 크게 개선했는데, 우리말로 경첩이라 부른다. 그동안 폴더블폰의 한계로 꼽혀온 주름이 생기는 근본적인 문제였다. 기존 U 자형 힌지는 화면을 접을 때 약간의 빈틈이 생겨 내구성이 약하고 주름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물방울 구조로 접히는 경첩 구조를 적용했다. 삼성에서는 이 기술을 ‘플렉스 힌지(Flex Hinge)’라 부른다. 플렉스 힌지는 Z플립5와 Z폴드5에 최적화된 듀얼 레일(Dual Rail) 구조를 통해 패널 손상 없이 물방울 구조로 만들어 줄 뿐 아니라 힌지에 가해진 외부 충격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내구성 또한 더욱 개선했다.
사용자 편의성 높인 신제품들
Z플립5는 커버인 외부 화면을 Z폴드4(1.9인치) 대비 약 3.8배인 3.4인치로 크게 늘렸다. 이는 소비자가 크게 반기는 부분이다. 예전에는 작은 화면에서 시계나 알림 등을 활용하는 용도에 국한됐던 것이 사실이다. 삼성은 이 대화면을 ‘플렉스 윈도(Flex Window)’라 부르고 있는데, 쉽고 빠르게 접은 상태에서도 다양한 위젯을 통해 통화, 문자 등을 할 수 있다. 가장 크게 개선된 건 메시지 사용성이다. 이전 제품까지는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등이 오면 커버 스크린으로 확인만 가능했고, 답장하려면 폰을 열어 메인 스크린에서 키보드를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플립5부터는 커버 화면에서 바로 쿼티 키보드를 사용해 답장할 수 있다. 커버의 플렉스 윈도에서 동영상도 시청할 수 있다. 후면 카메라를 활용해 고화질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Z폴드5는 측면 두께가 3㎜가량 줄었고, 무게는 253g으로 지금까지 출시된 갤럭시 Z폴드 시리즈 중 가장 가볍다. 전작인 Z폴드4 대비 10g 정도 줄었다. Z폴드5는 시리즈 중 가장 얇고 안정적인 디자인이 적용되고 대(大)화면용 기능을 대거 보강해 태스크바, 멀티태스킹 등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소프트웨어로 카메라 성능 개선
Z플립5, Z폴드5는 지난 2월에 출시된 S23 시리즈에서 사용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같은 ‘스냅드래곤8 2세대(Gen2.0)’를 탑재했다. S23에서 이미 검증된 칩을 활용하는 것은 개발 시 검증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Z플립4에 사용된 AP 대비 전력 소모를 줄일수 있었다.
카메라 하드웨어는 Z플립과 동일하다. 갤럭시 S 시리즈가 2억 화소 이미지 센서까지 장착한 것과 비교해 아쉬운 성능이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카메라에는 해결해야 할 물리적 한계가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폴더블 스마트폰이 두껍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Z플립5는 펼쳤을 때를 기준으로 두께가 6.9㎜다. 이에 반해 갤럭시 S23울트라는 8.9㎜다. 고화소의 이미지 센서를 쓰려면 카메라 렌즈도 같이 커지는데, 6.9㎜의 좁은 공간에 갤럭시 S23울트라와 같은 성능의 카메라 모듈을 탑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억지로 탑재했다가는 소위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옴) 문제로 폴더블폰의 전체 외관을 망칠 수 있다.
그래서 삼성은 폴더블폰5 시리즈 신제품에선 카메라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개선에 보다 집중했다. S23 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한 선명도는 인공지능(AI) 기반 이미지 신호 처리(ISP) 성능을 대폭 강화해 해결했다. 특히 저조도일 때 촬영할 수 있는 ‘나이토그래피(Nightography)’ 기능은 기존에도 있었던 기능이지만, 소프트웨어 개선을 통해 어두운 실내 환경에서도 더욱 향상된 화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여러 개의 렌즈를 이용해서 찍는 디지털 줌 성능도 대폭 향상시켰다. 최신 AP를 탑재하면서 얻게 된 높은 성능의 AI코어인 NPU(Neural Processing Unit)를 통해 수준 높은 AI 기반 화질 향상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폴더블폰 시장 주도를 위한 세 가지 당부
2019년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시장을 열었다.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이 이어서 경쟁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구글이 삼성 Z폴드 타입의 ‘픽셀폴드’라는 제품의 폴더블폰을 8월 11일(현지시각) 출시했다. 본격적으로 폴더블폰 시장 ‘파이(pie)’가 커지고 있는 느낌이다. 업계는 애플도 내년쯤 아이패드에 먼저 폴더블 방식을 적용하고, 아이폰으로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폴더블폰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삼성전자에 위기일 수 있지만 더 좋은 기회라고 본다. 삼성전자는 이번 언팩 행사에서 매우 성공적인 제품을 보여줬다. 그러나 폴더블폰 시장에서의 우위뿐 아니라 전체 스마트폰 시장 1등을 위해 다음 세 가지를 유념해야 할 것이다.
첫째, 핵심 시스템 반도체인 삼성향 AP의 특화 개발을 통해서 차별화를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
둘째, 확장현실(XR)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성능을 경쟁사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혁신을 이뤄야 한다.
셋째, 모바일 서비스 개발이다. 2019년부터 애플은 서비스 회사로 더 강화해 왔다. 올해 애플의 2분기 실적을 보면, 아이폰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고, 맥과 아이패드 판매액은 각각 7%, 20%씩 줄었다. 반면 앱스토어 결제, 온라인 스트리밍 같은 애플의 서비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 증가했다. 애플의 분기 서비스 매출 중 역대 최고 실적이었다고 한다. 삼성전자에 서비스 사업은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전략을 세우고 중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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