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누구나 당할 수 있다" 수도권 교사들 교육당국 규탄
인천 교원단체들 "학생에게는 학습권을, 교사에게는 교육권을 보장해야"
경기교총 "악성 민원에 후배 교사 잃어…서이초 교사 순직 인정해야"
"추모 집회 참여 교사 압박 경기교육청…투쟁으로 맞설 것"
"우리 학교에서도 (숨진 서이초 교사가 겪은 상황과)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입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49재 날인 4일 인천시교육청 정문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만난 한 교장이 한 말이다. 추모 행사에 참석한 교사들은 최근 교사들의 죽음을 바라보며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인천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인천실천교육교사모임, 새로운학교 인천네트워크, 좋은교사운동 인천정책위원회 등 인천지역 5개 교원단체는 인천시교육청 정문 앞에 숨진 교사를 애도하는 내용의 현수막과 함께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추모공간을 찾은 교사와 학생 등 추모객들은 엄숙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잇단 교사들의 죽음, 교권 침해가 원인…교육당국 제도 개선해야"
추모공간에 만난 안봉한 전교조 인천지부장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 요구 집회에 20만명이 넘는 교사가 모인 건 아마 국내 단일 직종 집회 규모 중 최대일 것"이라며 "전국의 교원이 50만명인 걸 감안하면 절반이 넘는 교원이 집회에 참석한 것인데 이는 교사들의 교육권을 보장해달라는 호소"라고 강조했다.
교사들은 서울 서이초 교사가 숨진 이후 전국에서 교사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배경에는 교권침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교사에 대한 교권침해는 2020년 1197건에서 2021년 2269건, 2022년 3035건으로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교사들은 교육당국에 3가지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의 민원 창구를 일원화해 교사들이 직접 민원을 받지 않도록 법제화할 것, 교사의 교육 활동을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보호하도록 아동학대 처벌법 등을 개정할 것, 수업 방해 학생을 분리해 학교장이 책임 지도하는 학생 분리제를 입법화할 것 등이다.
"학생에게는 학습권을, 교사에게는 교육권을 보장해야"
인천시교육청도 본관 건물 앞에 별도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한쪽에 설치된 게시판에는 추모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이 가득 채워졌다. 메모지에는 '꽃다운 나이의 어린 선생님을 돕지 못해 죄송합니다', '더는 이런 마음 아픈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가 애쓰고 실천하겠습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추모 공간을 찾은 교사 A(30대)씨는 "최근 교사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며 "주말마다 교사들이 한목소리를 내며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현장의 의견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5개 교원단체도 이날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지현 인천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선생님들의 죽음은 개인 교사의 죽음이 아니라 이미 무너져있던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라며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박현주 인천실천교육교사모임 부회장도 "더 이상의 죽음을 막고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길로 갈 수 있도록 학교 현장과 교실의 모습을 바꿔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학생에게는 학습권을, 교사에게는 교육권을 보장하라"거나 "교육청은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교육당국은 이날 연가나 병가를 내고 49재 추모집회를 참여할 경우 징계하겠다는 입장을 냈지만 인천에서는 초등학교 3곳이 학교장 재량으로 임시휴업했다. 일부 학교들은 가정통신문을 보내 단축수업 사실을 알리거나 체험학습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성 민원에 후배 교사 잃어…서이초 교사 순직 인정해야"
인천과 달리 추모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경기도 지역 교사들도 이번 사태의 원인을 '악성 민원'이라고 규정하며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회관에서 연 서이초 교사 합동 추모행사에 참석한 주훈지 경기도 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애도사를 통해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사랑하는 후배 교사를 잃었다"면서 "교사의 손발을 묶고 허수아비로 만들어서 얻고자 했던 참된 교육은 무엇인지, 제2, 제3의 서이초 교사의 희생이 되풀이되지 않을 정말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 게 맞느냐"며 교육당국을 질타했다.
주 회장은 또 "학부모 민원에 희생된 서이초 교사를 순직으로 인정해 법적으로 명예 회복하고, 유족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당국의 조속한 결정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집회 참여 교사 압박한 교육당국…투쟁으로 맞설 것"
인천과 달리 서이초 교사의 추모공간을 마련하지 않은 경기도교육청에 대해 교사들의 반발도 있었다. 전교조 경기지부 소속 교사 등 10여명은 이날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당국은 교사들의 추모 참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오늘 실시되는 여러 추모 행동과 집회는 교사와 이를 지지하는 많은 국민의 절박하고 정당한 투쟁"이라며 "경기도교육청은 집회 참여 교사의 연가·병가에 대한 소명 자료를 준비하라는 압박을 했는데 교육당국이 교사의 요구와 절규를 무시한다면 강력한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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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ymch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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