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와 밀착한 대가…獨 엔진 꺼진다
원자재 수급 불안에 자금시장 악화 '이중고'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독일이 부동산 업계의 줄파산 위기라는 새로운 변수에 맞닥뜨렸다. 금리 인상과 비용 상승, 공급망 차질 등으로 독일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퍼펙트 스톰' 아래 놓였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전했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경제 4위 대국이자 유럽연합(EU)의 맹주인 독일에 부동산발 악재가 더해지면서 경제 위기론이 가중되고 있다.
FT는 뒤셀도르프에 본사를 둔 게르히와 센트룸그룹개발파트너, 뮌헨의 유로보덴, 뉘른베르크의 프로젝트이모빌리엔그룹 등 독일 다수의 부동산 개발 업체가 지난 몇 주 사이에 파산 신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보노비아, 어라운드타운 등 대형 임대 업체들도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대폭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독일 부동산 업계의 자금난은 독일 경제에 드리워진 구조적 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상승과 건축 자재 가격 상승, 노동력 부족, 신규 개발 수요 둔화 등 잇단 악재로 인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임대주택연합회(GdW)에 따르면 주택 준공 건수는 2022년 29만5300건에서 2023년 24만2000건, 2024년 21만4000건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950~2022년 연평균 주택 공급량인 40만5000건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독일 독립부동산·주택회사협회인 BFW의 디르크 잘레브스키 대표는 "2024~2025년 부동산 전망은 재앙적"이라며 "새로 개발 사업을 하겠다는 업체가 급감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FT에 따르면 독일 부동산 개발업은 독일 GDP에서 12%를 차지한다. 작년 기준 일자리 약 100만개를 창출하고 4760억유로(약 680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등 독일 경제 성장의 엔진으로 꼽힌다. 부동산 업계에서 줄도산이 이어지자 최근 불거진 독일 경제 위기론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독일의 침체는 최근 세계 경제 구조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국제무역이 퇴조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재 수급과 가격이 불안정해지면서 각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힘의 논리를 앞세우며 경제 질서를 주도하고 있다. 힘의 우위와 강한 달러를 앞세운 미국 경제는 호조를 보이는 반면, 미국과 '경제전쟁'을 벌이는 중국의 하락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독일은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고 에너지 수급 측면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큰 타격을 받는 대표적 경제로 꼽힌다. 반면 무역의존도가 낮거나 원자재 자급 비중이 높은 인도와 브라질 등은 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어 대조되고 있다.
[노영우 국제경제전문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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