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편중·고령화 판박이 … 韓, 이대론 독일처럼 '역성장 터널'
獨, 올들어 성장률 뒷걸음질
경제구조 한계가 침체 부채질
한국, 對中수출 비중 크고
생산가능 인구 갈수록 급감
에너지 수입 의존도 공통점
"중국, 韓경제 천수답 아냐
신산업 육성 초당적 협력을"
한때 정치·경제적 안정을 구가하며 유럽 최대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이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독일의 역주행은 지구 반대편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경제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제조업 편중, 고령화에 따른 노동생산성 하락, 중국 시장 의존도 등은 한국 경제에 동일한 위험 요소이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이 독일의 실책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첨단 신산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중국 의존도를 계속 낮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4일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독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2%에 머물렀다. 지난해 4분기(0.3%), 올해 1분기(-0.2%)에 이어 내리막이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독일이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역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물론 직접적 원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문제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이 중단되며 경제 전반에 걸쳐 급격한 비용 상승에 직면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계에선 이와 별개로 독일 경제의 구조적 한계가 침체를 가속화했다고 진단한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제조업 경기 위축 △중국 리스크 점증 △고령화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등을 부진의 구조적 요인으로 꼽았다.
이현진 대외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동차 산업에 대한 독일의 편중을 지적했다. 한국이 반도체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구조와 유사하다. 이 연구원은 "소비 위축과 함께 친환경 전기차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타격이 컸다"며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 경제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선진국일수록 제조업 비중이 낮고 서비스업 비중이 크지만 독일과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독일 경제의 총부가가치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8%로 G7 국가 중 가장 높다.
미국(10.7%), 영국(9.8%), 프랑스(10.0%) 등의 2배 수준이고 G7 평균인 14.1%를 크게 웃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27.9%로 2017년(29.5%)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전체 부가가치의 3분의 1이 제조업에서 창출되고 있다.
독일은 유럽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한국은 그보다 훨씬 높다. 독일 수출 가운데 중국향 비중은 지난해 기준 6.8%로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중국 경제 둔화 등과 맞물려 전년 2위에서 내려앉은 것이다.
한국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 가까이 중국이 수출 대상국 1위를 기록했다. 유 교수는 "독일은 수출 비중 등에서 알 수 있듯 중국에 경제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며 "중국 경제가 부진하며 수요가 줄어들자 독일도 경기 하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생산성 감소 역시 한국이 독일의 뒤를 따르는 형국이다. 2021년 기준으로 독일의 중위연령(총인구를 순서대로 세웠을 때 가운데에 있는 사람의 연령)은 G7 평균(42.7세)을 상회하는 44.9세를 기록했다.
2012년 이후 독일의 1인당 연간 생산성 증가율은 0.3%에 불과하다. 한국은 주요 선진국보다 고령화 시점이 늦었지만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5년간 한국 고령인구 연평균 증가율은 5%로 G7 평균인 1.8%를 훌쩍 넘었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성장 동력 약화를 반면교사로 삼아 선제적으로 산업구조를 개혁하는 한편 수출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독일은 미국, 중국 등 주요국보다 신산업 추진이 더딘 측면이 있었다"며 "한국도 정치적 대립이 신산업 육성 동력을 저하시키고 있는데 산업구조 개혁을 위해선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고령화로 발생하는 노동력 부족 사태는 기술 진보에 따른 생산성 증대가 동반돼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독일과 같이 정년을 연장해 은퇴연령의 노동력을 동원하는 동시에 근본적으로 출산율을 높이거나 이민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역임했던 김흥종 고려대 특임교수는 "언제까지 중국을 한국 경제의 천수답처럼 여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독일은 중국과 경제를 제외한 접점이 없어 경제 협력이 이어지겠지만 한국은 외교안보와 경제가 복잡다단하게 연결돼 있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게 필수"라고 설명했다.
[류영욱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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