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여서 행복했어", "든든했던 선배"…서이초 눈물의 추모제
'내 영혼 바람되어' 배경음악에 추모영상…현장 눈물바다
이주호도 눈물…'휴업·휴가 징계'에 "사과하라" 질타도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2년차 서이초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49일, 고인을 떠나보낸 슬픔과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서이초 강당을 가득 채웠다.
고인의 49재일인 9월4일 오후 서이초 강당에서는 추모제가 열렸다. 고인의 실명과 사진이 노출되는 만큼 130석의 작은 규모로 진행됐다. 고인의 유가족과 동료 교사을 비롯해 정부, 국회, 시도교육청, 교원단체 대표들이 현장에 자리했다.
묵념 직후 '내 영혼 바람되어'에 맞춰 추모 영상이 재생됐다. 검은 옷을 입은 추모객들은 눈물을 훔치며 흐느꼈다. 교실 속 고인의 생전 모습이 나오자 흐느낌은 더 커졌다.
이어 고인의 서이초 동료 교사가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발언대에서 한참을 훌쩍인 그는 몇 번씩이나 깊은 한숨을 내쉬고서도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그는 고인을 "같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할 수 있던 친구"라고 소개하며 "아직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우린 7월의 그날 멈춰 널 그리워하고 있어. '편히 눈 감길 바라', '잘 가'란 말조차 못하겠는데"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고인의 대학 후배도 마지막 편지를 읽었다. 그는 그간 "저는 언니 이름 석 자를 부르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극단선택한 초임교사'란 말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제가 기억하는 언니는 정말 강하고 책임감 넘치는 멋진 선배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초등교사의 극단선택 관련 기사를 보고 고인이라고 생각지 못한 채 고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는 그는 읽었다는 표시인 '1'이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엄청 든든한 대학 선배였는데 다시 사진을 보니까 언니가 너무 어린 거예요. 너무나도 앳된 젋은 청년이 거기 있는 거예요"라는 대목에서는 추모객들의 탄식 섞인 울음소리가 강당을 가득 메웠다.
추모제를 주최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이어 추도사를 낭독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울음을 삼켰다.
상기된 얼굴로 발언대에 선 이 부총리는 "소중한 딸을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계실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라고 말한 뒤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쳤다. "꽃다운 나이의 선생님께서 청춘은 바쳐 이룬, 간절했던 꿈과 함께"라는 대목을 읽은 뒤에도 울먹인 듯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표들도 고인의 49재를 추모했다.
가장 먼저 발언대에 선 정성국 교총 회장은 "선생님이 그토록 사랑했던 아이들과 학교를 이제 우리가 지키겠다"며 "이젠 선생님들이 하늘이 별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참고 있던 문제를 우리가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지켜드리지 못해 미안하다"는 부분에서 울컥한 정 회장은 이후 울음을 참으며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김용서 교사노조 위원장은 "그 손을 잡아주지 못해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다"며 "이런 아픈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힘을 모아드리겠다"고 말했으며,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잔인한 소식을 들은 순간 우리들은 서이초 교사가 됐다"며 "무너져버린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당국과 국회의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내빈들의 추도사를 들은 고인의 외삼촌은 유족 대표로 답사를 낭독하며 서이초 앞에 놓인 조화와 매주 토요일 교사들이 진행해온 추모집회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교사의 길을 꿈꿨던 젊은이들이 후회하지 않고, 조카와 같은 비극적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교사와 학생·학부모가 서로 갈등하지 않고 존중하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오신 모들 분들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치권에서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과 정경희·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고인의 49재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 37개 초등학교가 임시휴업을 실시했으며, 수많은 교사들이 연가·병가를 냈다. 하지만 교육부는 앞서 이를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 최대 파면·해임에 이를 수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징계를 예고해왔다.
이 부총리가 조희연·임태희 교육감과 서이초 1학년6반 교실에서 묵념한 뒤 건물을 빠져나오자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취재진이 엄정 대응 기조에 변화가 있는지 묻자 이 부총리는 "오늘은 추모의 날이다. 오늘 상황들을 교육부가 분석하고 있다. 상황 파악 뒤에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는데, 이에 한 여성이 사과하라고 이 부총리를 압박했다. 아이를 안은 한 남성은 '반성하라'고 소리쳤다.
이에 조 교육감이 "내일 또 입장 표명이 있을 테니까 이해를 좀 해달라. 교육감협의회와 교육부와 협의를 또 할 테니까"라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 부총리과 조 교육감이 차량을 타고 빠져나갈 때까지 일부 군중들이 '도망간다'고 소리치며 따라붙어 서이초 정문은 한 때 아수라장이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knockr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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