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전직 대통령 지나치게 나서는게 문제"
與 "관종역할 적당히 하시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불거진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나서서 논란을 정리할 것을 요구하자 대통령실은 "전직 대통령이 지나치게 나서는 게 문제"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4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의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고 "이 문제는 대통령실이 나서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둘러싼 이념 논쟁을 놓고 전 정권과 현 정권이 정면으로 맞붙는 모양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흉상 철거는 역사를 왜곡하고 국군과 육사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처사"라며 "흉상 철거 계획을 철회해 역사와 선열에 부끄럽지 않게 해 달라. 육사 차원에서 논의된 일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로 논란이 커졌으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논란을 정리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에도 홍범도 장군 등 독립군, 광복군 영웅 5인의 흉상 이전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숙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직 당시 우리 군에 독립군 정신을 심는다는 차원에서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등을 추진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김원봉의 항일운동을 국군의 뿌리로 삼으려다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자 홍범도 장군 영웅화로 방향을 틀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여당을 중심으로 이미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공산주의자가 아니면 우리 국민이라도 적으로 삼겠다고 천명한 인물을 한껏 띄우고, 더 나아가 김일성과 손잡고 대한민국을 침략한 인물을 국군 뿌리라며 역사 전쟁을 먼저 일으킨 주범이 문 전 대통령"이라며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뉘우치기 싫다면 이런저런 논쟁에 빠지지 않고 참견하는 관종 역할은 적당히 하시라"고 지적했다.
다만 대통령실에서 직접 문 전 대통령의 요구사항에 대해 견제구를 던진 것을 놓고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선을 확장하는 전략이 결국 대통령실과 여당에 정무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교차하는 중이다.
한편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성인 2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2.2%포인트 하락해 35.4%로 집계됐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주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공방보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역사·이념 논쟁이 더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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