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 vs 기술주…개미·외인 '엇갈린 베팅'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2023. 9. 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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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꾸준한 배당 선호 커지자
올 美배당ETF 1830억 순매수
외인은 애플·아마존 등 편입
美기술주ETF 3520억 사들여

올 들어 개인·외국인 투자자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엇갈린 투자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개인은 국내 2차전지와 미국 배당주 ETF에 집중 투자한 반면, 외국인은 미국 기술주 ETF를 비롯해 올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인 중국 전기차 관련 투자를 늘리는 모습이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일까지 개인은 코스닥150지수를 반대로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를 7070억원 순매수했다. 상장 ETF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국내 2차전지 관련주를 담은 TIGER 2차전지소재Fn ETF 순매수액이 603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개인과 외국인이 초점을 맞추는 섹터와 테마가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개인은 애플,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주를 담은 ETF를 올 들어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미국 기술주 ETF를 적극적으로 사들이며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같은 2차전지 테마에서도 개인은 국내 2차전지 기업에 투자한 데 비해 외국인은 중국 2차전지와 전기차 기업에 베팅했다.

예컨대 외국인은 올 들어 미국 대표 기술주 10개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ETF를 3520억원 순매수했지만 같은 기간 개인은 해당 ETF를 2800억원 팔아 치웠다.

그 대신 개인은 매달 꾸준한 배당을 기대할 수 있는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를 올 들어 1830억원 순매수했다. 미국 주식 ETF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을 투자한 것이다. 이 같은 매수세에 지난해 11월 상장한 해당 ETF 순자산총액은 최근 2800억원 수준까지 커졌다. 업계에서는 연금계좌를 활용한 적립식 투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된 것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연 3%대 배당수익률과 최근 5년 평균 14% 배당금이 증가하는 등 꾸준한 배당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라며 "사적 연금의 적극적 운용을 통해 노후에 대비하고자 하는 성향이 짙어지면서 월배당 전략이 효과적으로 다가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인이 국내 2차전지 관련주에 집중한 반면, 외국인은 올 들어 상당폭의 하락세에도 중국 2차전지 업종에 투자금을 늘리고 있다. 외국인은 대표적 상품인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ETF를 5100억원 이상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모비스(4998억원), 삼성생명(4267억원) 등 우량주보다 순매수 금액이 컸다.

해당 ETF는 BYD, CATL 등 중국 전기차, 2차전지 관련 대표 종목을 편입하고 있다. 올해 중국 증시 부진으로 해당 ETF는 연초 이후 가격이 20% 이상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매수세가 이어진 것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전기차의 상반기 수출은 79만대로 전년 대비 115%가량 급증했다"며 "미국 최대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중국 배터리 의존도가 높아지고 중국 전기차 기업과 유럽 기업 간 제휴도 본격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개인이 ETF 시장에서 주식형보다 안정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채권형 ETF 투자 금액을 대폭 늘리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올해 개인 순매수 상위 ETF 5종 가운데 채권형 ETF가 2종을 차지한 것이 단적인 예다. 특히 장기채 위주로 투자금액을 늘리면서 30년물 미국 국채 상위 2종 ETF에 3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고점에 가까워졌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채권형 ETF 전체 순자산 규모는 올해 초 13조원 수준에서 최근 24조원까지 증가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과거 금리 인하 시기에 미국 장기채 성과가 우수했던 만큼 미국 30년 국채 ETF는 현시점에서 투자 매력이 높다"고 전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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