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국민 알권리 위해 머그샷 공개를
'P01135809'. 지난 8월 말 20분 수감 후 보석으로 풀려난 미국 전직 대통령 도널트 트럼프의 수감 번호이다. 번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의 머그샷이었다. 잔뜩 찡그린 얼굴로 자신의 혐의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이유도 있지만 실제 그의 얼굴을 정확히 나타내주는 머그샷이 공개된다는 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우리나라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강법)에 따라 강력범죄 피의자를 신상공개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가 도입된 2010년 이후 10년 넘게 머그샷이 공개된 피의자는 신변보호를 받는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 그리고 지난달 등산로에서 여성을 강간살해한 혐의를 받는 최윤종 2명뿐이다. 특강법 조항의 신상공개로 머그샷 공개가 가능한지에 관하여 법무부는 피의자 동의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했고, 행정안전부는 피의자 동의가 없을 경우 신분증 사진은 공개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한 바 있다. 그 결과가 단 2명의 머그샷, 그리고 실제 모습과 확연히 달라 길에서 마주쳐도 알아보지 못할 다수 피의자들의 신분증 사진 공개로 이어진 것이다. 올해 또래 살인사건의 피의자 정유정의 신분증 사진을 포토샵한 이미지들이 널리 퍼진 것 또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비판과 냉소를 잘 드러내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특강법상 피의자 신상공개는 범행의 중대성과 잔인성, 충분한 증거의 존재, 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의 공익,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공익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 단계에서 신상을 공개할 경우 무죄추정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도 보듯 출소 이후의 보복 의사를 공공연하게 내비치는 범죄자를 공식적으로 공개할 필요성은 공익과의 조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그리고 특강법은 충분한 증거의 존재를 통해 판단 오류의 위험성을 일정 부분 상쇄하고 있다. 특히 얼굴 공개는 신상공개에서 가장 효과적인 식별 수단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도모한다면 실제 피의자의 모습을 최대한 정확히 나타내줄 경찰의 촬영 사진, 머그샷이 답이다.
9월부터 정기국회가 개회되었다. 이미 머그샷 공개를 내용으로 하는 특강법 개정안들이 발의되어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기에 이번 회기가 21대 국회에서 제도를 손볼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다. 국회는 법안 통과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주기 바란다.
[황정용 동서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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