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무너져가는 대학 살릴 '한줄기 빛' 기부
"우리 대학에서 쓰고 있는 실험 기자재가 주변 고등학교에서 쓰고 있는 것보다도 낡은데, 무슨 연구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겠어요."
최근 만난 한 지방대학 교수의 하소연이다.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고 학생수마저 줄다 보니 극심한 재정난으로 기본적인 실험 도구조차 제대로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학교수들 연봉 또한 수년간 동결 또는 삭감되고, 이러다 보니 교수와 연구진들은 학교보다는 기업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른 지방대학의 한 인문계 대학 교수는 텅텅 비어 있는 대학 교실의 안타까움을 전한다.
"40~50명 정원의 학생 중 절반 이상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계 학생이다. 이들 대부분이 수업에 들어오기보다는 돈 벌기 위해 기업과 농장 등에 일하러 가기 바쁘다."
"한국말도 못하고, 수업도 안 들어오는 학생들이 시험 때만 되면 무조건 학점을 달라고 한다. 낙제점을 주고 싶지만 학생 대부분이 외국인인 상황에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난 15년간의 등록금 동결로 국내 대학들이 죽어가고 있다. 지난 6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사립대 중 비수도권은 81.3%, 수도권은 70.8%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돈이 없어 투자를 제대로 못하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대학의 경쟁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대학평가기관 THE가 발표한 '2023년 아시아 대학 순위'에서 국내 대학은 톱10 안에 단 한 곳도 들지 못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자 대학들은 외국인 학생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기부금 모집에 목매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학생들은 대부분 졸업 이후 한국을 떠나 결국 국내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크다. 몇몇 대학에만 집중되는 기부금 현실은 국내 교육계를 더욱 암울하게 한다.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매일경제와 대학발전기금협회가 이달 '매경-대학사랑기부클럽'을 출범해 대학들에 대한 기업 기부금 활성화 운동에 나선다. 어려운 일임을 알지만 국내 대학 기부 활성화를 이끌 '마중물'이 되길 기대해 본다.
우리 선조들은 나라를 잃었을 때도 학교를 먼저 세우며 미래를 준비했다. 지금의 대한민국 또한 교육을 통해 길러진 인재들이 만들었다는 것을 기업과 국민들이 기억했으면 한다.
[박준형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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