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아프리카의 쿠웨이트 '가봉'

한예경 기자(yeaky@mk.co.kr) 2023. 9. 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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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가 지나가는 서아프리카의 가봉은 '아프리카의 쿠웨이트'로 불린다. 인구는 250만명도 안 되지만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1.2배에 달한다. 산유국이라 소득 수준도 높다. 주변 국가와는 상대가 안 된다. 여러모로 중동의 쿠웨이트와 닮은꼴이다.

우리나라에선 가봉 하면 태권도를 먼저 떠올리는 한국인들이 많다. 전임 오마르 봉고온딤바 대통령이 1970년대 중반부터 한국을 방문해 박정희·전두환·김영삼 전 대통령들과 활발한 정상외교를 펼친 덕분이다. 40년 전 박상철 태권도 공인 9단이 가봉에 정착해 봉고온딤바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까지 맡으면서 태권도 문화를 가봉에 널리 전파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가봉은 역사상 첫 메달을 획득했는데, 그 종목도 태권도였다.

지난주 가봉에서 쿠데타 소식이 있었다. 알리벤 봉고온딤바 대통령의 3연임이 확정됐다는 결과가 발표되자,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까지 56년 넘게 이어온 봉고온딤바 집안의 권력 세습에 군부가 들고일어난 것이다. 현재 가봉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 숫자는 44명. 외교부에 따르면 전원 안전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유럽 각국들이 가봉 쿠데타로 인한 정정 불안을 걱정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가봉은 전 세계 망간 생산 2위국이다. 우리나라도 배터리 양극재의 주요 소재로 쓰이는 망간을 남아프리카공화국, 가봉, 호주에서 주로 수입한다. 망간은 덩어리로 된 광석 형태나 망간철, 실리콘망간 등의 형태로 수입되는데, 망간 광석 부분에서는 가봉이 단연 으뜸이다. 미국이 매년 수입하는 망간 광석의 70%도 가봉산(産)이다. 2차전지 주요 소재의 수입처를 뜯어보면, 중국·호주를 제외하곤 지역 분화가 잘돼 있다. 리튬은 주로 남미, 니켈은 동남아, 망간·코발트는 아프리카에서 사 와야 한다. 가봉의 정정이 불안해지면 전 세계 2차전지 최대 생산국인 한국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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