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200만 유치한다는데 호텔·버스 태부족, '고품격 K관광' 되겠나 [사설]
정부가 올해 중국인 관광객 200만명을 유치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6%포인트 높이겠다는 목표를 4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전자비자 발급 수수료를 면제하고, 면세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책은 최근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관광 규제 해제를 적극 활용해 내수를 촉진하자는 취지이지만, 현재 국내 관광산업 인프라를 놓고 볼 때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다.
관광업계에서조차 당장 올가을 추석과 국경절 연휴 기간 '대란'이 발생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3년 가까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호텔과 여행사 등을 위주로 구조조정이 이뤄져 갑자기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면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 업종이 대표적인 사례다. 팬데믹 기간 폐업하고 상업시설 등으로 용도변경한 호텔이 급증해 현재 서울에서 공급 가능한 호텔은 최대 6만실, 이 가운데 내국인 예약분을 제외하고 외국인이 묵을 수 있는 물량은 2만5000실 정도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코로나 이전 국경절 연휴 때 보통 한국을 찾은 유커가 10만명 안팎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서울 호텔 공급 능력은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가이드와 전세버스도 마찬가지다. 중소 여행사는 물론 대형 여행사들도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직원 수가 절반으로 줄었고, 전세버스 기사들은 배달 플랫폼 등으로 대거 이직해 구인난이 심각하다. 이런 상태라면 유커 소비를 통한 경제 성장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중국인들은 틱톡과 위챗 등을 통해 한국 관광 정보를 공유하는데 '패키지 상품으로 서울 여행 갔더니 싸구려 호텔에 재우더라' '버스 기사와 가이드가 길을 몰라 우왕좌왕했다' 같은 경험담이 돌면 한류를 통해 애써 쌓아온 한국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2016년 정점일 때 방한 유커는 800만명에 달했다. 한중 관계가 악화하지 않는 이상 내년부터 연간 300만명 선은 무난하게 회복할 수 있다. 정부와 업계는 양적인 목표에 집착할 게 아니라 관광산업 인프라를 복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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