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도 49재 추모집회…“또 다른 희생이 있을까 두려워”

백경열 기자 2023. 9. 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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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49재 대구 추모집회에 참가한 교사들이 4일 오후 대구교육청 앞 분수광장에서 묵념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49재인 4일 대구에서도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추모집회가 열렸다.

49재 대구 추모집회는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대구교육청 앞 분수광장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이날 대구지역 교사 등은 결의문을 통해 국회와 교육부, 대구교육청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교육권을 보장하라’, ‘아동학대법 개정하라’ 등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추모 헌화와 묵념, 침묵 퍼포먼스 등의 순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예비교사 및 현장교사들의 규탄 발언 등도 있었다.

이들은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 및 협박을 멈추고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교사들은 법 개정을 통해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장하고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해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 아동학대처벌법 등 관련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교사들의 입장이다. 민원관리시스템 구축과 교권 침해 피해교사 보호를 위한 조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등의 주장도 폈다.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49재 대구 추모집회에 참가한 교사들이 4일 오후 대구교육청 앞 분수광장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참가자들은 “정상적 교육활동을 위한 관련 법 개정과 정당한 생활지도 권한 명시, 학교민원관리시스템 구축 등은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면서 “한계에 내몰린 교사들의 생존권을 지키고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하는 절박한 교사들의 목소리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20년 넘게 초등학교 교단에 서고 있는 최모씨는 “(교권 보호 등을 위해)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일반적인 내용만 담은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면서 “하루 빨리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대책을 다듬을 필요가 있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조사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다른 희생이 있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과 2학년 자녀를 둔 박석준씨(44)는 “학부모들도 교사들의 입장을 지지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원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집회장에 나왔다”면서 “최근 교사들의 비극이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는 게 아니라 사회 시스템적으로 바꿔야 하며, 교육개혁 과제에 포함시켜 적극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박석준씨가 4일 대구교육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해 자신의 주장을 펴고 있다. 백경열 기자

전교조 대구지부는 최근 교사들의 죽음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강은희 대구교육감이 보인 행적을 문제삼기도 했다.

이들은 “강 교육감이 지난달 30일 대구치맥축제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등과 함께 건배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면서 “지역 교육계의 수장이 축제에 참여해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모습은 현장 교사들에게 더 많은 아픔과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교조 대구지부는 “강 교육감의 부적절한 처신은 공교육 회복을 요구하고 용기를 내어 실천하는 수많은 현장 교사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 것”이라면서 “강은희 교육감은 현장 교사들에게 즉각 사과하고, 교육 주체가 모두 살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49재 대구 추모집회에 참가한 교사들이 4일 오후 대구교육청 앞에서 헌화하고 방명록을 쓰고 있다. 백경열 기자

앞서 강 교육감은 집단행동 자제 방침을 밝혔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교권 확립을 위한 선생님들의 움직임이 공교육 중단으로 이어진다면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라면서 “공교육 회복을 위한 어떠한 대의명분도 될 수 없다. 단 한 분의 선생님도 빠짐없이 교육 현장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의당 대구시당은 성명을 통해 “전국민이 연이은 교사들의 비극적인 죽음에 함께 아파하며 추모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슬픔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조차 포기하고 징계와 파면만 내세우고 있다”면서 “정부는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자는 전국의 선생님들을 징계·압박하는데 쓰라고 국민이 권력을 준 게 아니란 것을 명심하고 악성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생님들과 끝까지 함께 하며 부당한 징계 협박을 철회시키고 교원 기본권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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