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부메랑' 獨, 나홀로 성장률 후퇴 제조기업 33% "해외로 공장 이전할 것"

김인오 기자(mery@mk.co.kr) 2023. 9. 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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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경제 대체 어떻길래
에너지 수급 불안감 커지자
화학·금속산업 등 급속 위축
G7 중 유일하게 역성장 전망
숄츠 "70억유로 법인세 감면"
잇단 부양책도 연립정부 이견

유럽 '제조 강국' 독일이 올해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자 독일 정부가 다급해졌다. 올라프 숄츠 총리(사회민주당·사진)는 지난달 말 수도 베를린 북부 소재 그란제에서 이틀간의 경제대책회의를 마친 후 "부진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법인세를 감면하고 기후 친화적인 투자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이 자리에서 10가지 경기 부양책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총리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연간 70억유로의 법인세를 깎아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감세안에 (연정 참여 정당들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에는 '성장기회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애초 세금 감면안은 60억유로 규모였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액수가 늘었다.

이 밖에 총리는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효율 개선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 주고, 연구개발(R&D) 촉진을 위한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또 신규 주택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새 감가상각충당금 계정 도입 등 지원책을 발표했다.

대책이 나온 배경은 독일 경제 위기론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경제기관은 독일이 올해 선진국 중 유일하게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이달 3일 '해외경제 포커스'를 통해 "독일 경제는 단기에 상황이 나아지기 어려우며 독일이 다시 '유럽의 병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올해 2분기 독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2%를 기록했다. IMF는 최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독일 경제가 0.3%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선 전망에 비해 0.2%포인트 낮춘 결과다.

독일의 대표 경기 선행 지표인 ifo 기업환경지수는 석 달 연속 하락했다. 올해 4월 93.5였던 해당 지수는 꾸준히 떨어져 지난달 85.7을 기록했다. ifo 기업환경지수는 독일 제조업과 서비스업, 무역업, 건설업 등 9000여 개 기업의 경기 판단을 보여주는 지표다.

최근 독일 경제 부진은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진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파급 효과와 중국 등 대외 수요 둔화가 가세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가장 시급한 현안인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됐던 전기요금에 대한 보조금 지원안은 이번 경기 부양책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독일은 내각 차원에서 법인세 감면과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사용 보조금 등을 두고 서로 다른 정당 소속 관료들 간 이견이 대립하면서 정책이 표류한 바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끊긴 이후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화학·금속 등 에너지 집약 산업생산이 위축됐고 가계의 실질 구매력마저 줄면서 침체 그림자가 커졌지만 대응책을 두고 총리와 부총리 간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녹색당)는 기업들에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사용 보조금을 지급하자면서 수요 측면 지원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숄츠 총리 측은 보조금보다는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지원하자는 뜻을 견지해 왔다.

에너지 정책을 두고 독일 재계와 총리 측 의견도 서로 다르다. 독일상공회의소(DIHK)는 탈원전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해 경고해왔다. 반면 세계 최초로 탈원전을 감행한 숄츠 총리는 야당 측의 새 원자력발전소 건설 요구를 일축했다.

이처럼 에너지 불확실성 탓에 독일 이탈을 고려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에너지 집약적인 제조업 부문 기업 중 약 33%가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독일 내 생산을 줄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작년(16%) 대비 두 배 늘어난 수치다.

실제로 DIHK의 지난달 29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독일 기업 상당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리스크로 인식하는 상태다. 설문에 응한 3572개 기업 중 52%는 기후 중립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 전환이 사업에 부정적 혹은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기업은 13%에 그쳤다. 이는 2012년 조사를 실시한 이래 가장 부정적인 인식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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