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데이터 문해력을 키우자
대부분 기업은 잘 정리된 숫자를 보면서 경영을 한다. 이때 활용되는 데이터는 사내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가공하여 사내 경영정보 시스템이나 경영실적회의 시스템을 통해 보여지고 의사결정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된다.
기업 경영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내 데이터는 불충분하고, 외부 데이터는 신뢰도나 적정량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제대로 정제가 안 된 데이터(garbage data)가 대부분이고,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데이터 및 인공지능 전문가도 사내에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기업 현장의 문제를 데이터에 묻고 데이터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의 예쁘게 포장된 보고서는 의사결정 자료로 분명히 불충분하다.
예를 들면, 기업의 세무회계 시스템은 가장 데이터에 근거하고 명확한 규칙에 의해 가동되고 있지만, 어떤 거래를 어느 계정으로 처리할 것인가에 따라 결산에 영향을 줄 정도인데, 하물며 사내 전 부문에서 쏟아져 나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완벽히 모으고 가공하고 분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경쟁사와의 비교 분석 자료는 거의 참고 자료로만 사용될 미흡한 수준일 것이다.
데이터를 읽고, 데이터로 일하고, 데이터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데이터 소통 능력(data literacy)을 '데이터 문해력'이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데이터 문맹'이다. 기업 의사결정자의 데이터 문맹률은 약 70%에 달한다는 조사가 있다.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겠다는 의지는 있지만 데이터를 누가, 언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의 수준이 너무 낮다.
매일 마주치는 각종 통계에는 어떤 오류가 있을까? '통계 오류와 착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표본 모집단이 작거나 편향되거나 교란되어 있음으로써 발생하는 허위 상관 오류, 과적합이나 과소적합으로 표본과 실제에서 발생하는 오류,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측정 오류 등이 있다.
오류의 예를 들자면, 소규모 설문조사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적인 행사를 기획한다. 코로나 감염자 수 집계 시 자발적인 검사에 의존하다 보니 무증상 확진자가 얼마만큼인지 간과한다. 전략 개발 시 성공한 기업만 보고 실패한 기업의 데이터는 무시함으로써 성공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판단을 초래한다. 수익이 가장 높은 달이 광고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 달임을 확인하면 다른 계절적 요인 등은 무시된 채 광고비를 증액하면 매출이 증가한다는 결론을 유도한다.
데이터 기반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데이터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분석교육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을 하고 판단해야 하는 경영층을 포함한 모든 직원이 대상이다.
또한 현재의 데이터 관리 체계 즉, 수집하고, 관리하고, 분석하는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표준화 및 자동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시스템과 ERP(전사적자원관리)를 다음 단계인 '실시간 통찰력'과 '예측 가능 통찰력'을 제공하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기업 경영환경은 더욱 글로벌화되고 신기술 출현으로 신사업 모델이 시장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인공지능과 데이터에 의한 경영 역량은 최고의 차별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경배 한국CIO포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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