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무늬만 미혼' 택하는 커플들
0.7명과 0.78명. 한국의 올해 2분기와 지난해 합계출산율 수치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합계출산율이라고 하는데, 올해 2분기의 경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한국의 인구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이런 시대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부모에게 정부가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 쉬운 한부모·미혼 가정에 한부모 수당과 에너지 이용료 감면 등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낮은 소득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어 부동산 청약상 이점도 크다.
한부모·미혼 가정에 주어지는 혜택을 누리기 위해 결혼하고 출산까지 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무늬만 미혼' 부모가 최근 늘고 있다. 내 집 마련이나 정부지원금 수령을 위한 소득 요건을 맞추기 위해 자발적으로 미혼 가정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실혼 관계인 경우 미혼 부모로 인정되지 않지만 주소지를 다르게 할 경우 사실혼 확인이 힘들기 때문에 걸러 내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일부의 행태는 제도 본연의 취지와는 어긋나는 게 사실이다. '부정수급'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세금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만을 앞세워 적극 규제에 나서기에는 눈앞의 저출산 현실이 엄중하다. 일각에서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비혼 가정의 복지 혜택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자발적으로 미혼 부모를 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데에는 비혼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세계적인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합계출산율 1.6명이 넘는 국가 중 비혼 출산율이 30% 미만인 국가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양한 가족 형태가 이미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는 결혼 방식이나 출산 환경을 부부들이 선택할 수 있게끔 하고, 이 선택으로 인해 차별이 발생하지 않는 사회를 만든다면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부모 가정 지원 제도가 본래 취지와 어긋나게 이용되는 사례도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다.
[박나은 사회부 기자] nasilve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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