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투심 살아난 서학개미···반도체·테슬라 '눈독'
엔비디아·아이온큐·SOXL 'AI株'
테슬라 개별종목 대신 ETF 매수
美 채권 ETF도 상위 4종목 올라
올 상반기 채권형·지수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 매입하던 서학개미가 하반기 들어 확 바뀌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수혜 기대감에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자 서학개미는 반도체주와 테슬라 등 전기차 종목을 해외 주식 장바구니에 쓸어담고 있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하반기(7~8월) 들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 10위권에는 엔비디아와 애플, 테슬라,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IONQ) 등 반도체와 전기차, 정보기술(IT) 관련 종목이 대거 포함됐다.
상반기만 해도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10위권에는 이들 종목이 단 하나도 없었다. 대신 채권과 인버스, 배당, 원자재 ETF가 그 자리를 채웠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변동성 장세에 방어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던 해외 주식 투자가들이 AI발 기술주 반등세가 터지자 다시 빅테크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하반기 들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권에는 AI 수혜주가 3종목 포함됐다. 엔비디아, 아이온큐,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티커명 SOXL)이다. 엔비디아는 순매수 2위로 7~8월 두 달간 1억 7400만 달러(약 2297억 원), 아이온큐는 5위로 1억 1200만 달러(약 1478억 원), SOXL은 10위로 6600만 달러(약 871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들 종목은 모두 대표적인 생성형 AI 수혜주로 분류되며 엔비디아가 대장주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올 들어 7월 말까지 219.75% 급등했다. 엔비디아는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2분기 실적을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발표한 후에도 추가 매수세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 국내 투자자는 지난달 23일부터 31일까지 엔비디아를 1억 3122만 달러(약 1734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같은 매수세에 고평가 논란과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더해져 변동성을 보였지만 8월 한 달 동안에도 엔비디아 주가는 5.62% 올랐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3분기 실적 전망도 높였는데 생성형 AI 수요가 계속 늘고 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킹이 결합한 AI 서버를 공급하는 컴퓨팅 플랫폼 업체로 진화해 기존 반도체 업체와 다른 기준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는 테슬라의 경우 개별주 대신 ETF 매수를 택했다.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1.5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배(TSLL)가 1억 100만 달러(약 1333억 원)로 순매수 6위에 올랐고 테슬라의 주가 수익률을 추종하되 테슬라 콜옵션을 매도해 월 배당금을 지급하는 일드맥스 테슬라 옵션 인컴 전략 ETF(TSLY)는 7200만 달러(약 950억 원)로 순매수 9위였다. 애플은 순매수 8위로 8600만 달러(약 1135억 원)를 사들였다.
국내 투자자의 채권 사랑도 여전했지만 상반기에 비하면 투자 열기는 다소 식었다. 상반기에는 순매수 상위 10종목 중 5종목이 채권형 ETF였다. 반면 하반기에는 4종목으로 상반기 대비 1종목 줄었다. 하반기 국내 투자자가 많이 사들인 해외 채권형 ETF는 순매수액 기준으로 △디렉시온 데일리 20+ 미국채 3배 ETF(순매수 1위·2억 9900만 달러) △아이셰어즈 20+ 미국채 엔화 헤지 ETF(3위·1억 6700만 달러) △아이셰어즈 20+ 미국채 바이라이트 ETF(4위·1억 3900만 달러) △아이셰어즈 20+ 미국채 ETF(7위·9300만 달러) 순이다.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디렉시온 데일리 20+ 미국채 3배 ETF는 만기 20년 이상 초장기 미국 국채로 구성된 지수의 3배를 추종한다. 금리 고점 전망이 확산하면서 시장금리의 하락 전환을 기대한 매수세가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 미국 국채 10년물이 4.35%에 육박하며 2007년 11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자 채권 가격이 바닥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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