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맞은 韓 미디어산업…'AI'에서 기회 찾는다

김가은 2023. 9. 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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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국내 미디어산업 위기 봉착했다고 분석
글로벌 OTT 잠식, 기술변화 등 주요 지점으로 꼽혀
AI를 통한 효율화가 대안, 저작권 문제 논의해야
이래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 회장(사진=김가은 기자)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인공지능(AI)이 우리 산업을 바꿀 것이다. 특히 비용·글로벌 진출 효율화가 가장 큰 지점이다”

4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AI가 국내 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재 케이블TV를 비롯한 미디어 플랫폼 기업들이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산업 지형이 급격하게 바뀐 것은 물론, 가파르게 발전 중인 기술 흐름 또한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래운 KCTA 회장은 “미디어 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체제 가속화, OTT 등 규제 사각지대 서비스 모델 출현 등으로 생태계 전반이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며 “여기에 놀랄 만한 속도로 진화하는 기술이 미디어 산업의 근간을 크게 흔들고 있어, 새로운 질서를 잡지 않으면 힘든 환경이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발판삼아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레거시 미디어 대부분이 주요 매출원으로 삼고 있던 광고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자금 여력이 높은 해외 사업자들이 막대한 제작비를 콘텐츠에 투입하고 있어 품질과 흥행성에서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위기를 키우는 지점으로 손꼽혔다.

지성욱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해외 미디어 기업의 한국 시장 잠식에 의해서 레거시 미디어가 보유한 광고, 제작 편수, 관람객 등 모든 부분에서 시장 축소가 이뤄졌다”며 “넷플릭스는 연간 20조를 제작비로 투자하는 반면, 국내는 1조 정도에 불과해 편당 제작비 또한 국내 사업자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투자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에서 제작하는 콘텐츠의 영상 퀄리티는 높아지고 흥행성도 또한 높아진다”며 “소비자들 또한 글로벌 OTT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기준으로 평가 수준이 맞춰져있어 국내 사업자들이 제작하는 콘텐츠들의 흥행성이 낮은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도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할 돌파구로 이들은 AI 기술 적용을 제시했다. 단순한 초개인화된 맞춤형 콘텐츠 제공을 넘어 동영상이나 이미지, 음성합성에 생성형 AI를 적용하거나 버추얼 휴먼을 통해 주요 인력과 기능을 대체하는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 시에는 AI로 자동 번역과 더빙, 음원 생성을 구현해 현지화 등에 필요한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국내 사업자들이 다양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다양한 실험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환 부경대 교수는 “그간 경쟁 프레임이 플랫폼 대 플랫폼, 콘텐츠 대 콘텐츠였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며 “연합 전선을 만들어 우리 고객을 찾아 만족시킬 수 있는 실험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그는 부산시의 사례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부산에서는 LG헬로비전과 지역에서 처음으로 이지애 AI 아나운서를 만들어 소상공인 홍보 등에 쓰고 있다”며 “또 학생들과 부산시 공공데이터로 지역 문제를 정의하고 솔루션을 제안하는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를 콘텐츠에 활용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저작권과 지식재산권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AI 저작권 인정 여부는 생성형 AI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다. 앞서 할리우드 작가 노동조합과 배우·방송인 노조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AI를 도입하는 문제로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지은 법무법인 세종 선임 연구원은 “AI로 영상 제작 품질이나 효율성을 높이기도 하고, 참신한 스토리라인이나 캐릭터, 영상미 등 창작 영역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며 “다만 AI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인정 여부 등 미디어 산업에 생성형 AI가 완전히 적용되는 지점이 도달했을 때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가은 (7rsilv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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