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이 옷 만들듯…모나미 미래는 '문구 너머'
60년 전통의 국민문구 브랜드
패션 전문가로서 중요성 느껴
대대손손 지키려면 패션이 답
베르사체가 그릇을 만들 듯
라이프스타일로 영역 넓혀야
모나미룩 재해석 재킷 등 선봬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 중 모나미만큼 대중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가 또 있을까요. 문구산업의 흥망과는 별개로 이 국민 브랜드를 오래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죠. 저는 그 답이 패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상봉은 지난해 모나미에 '모나미룩' 현실화를 제안한 인물이다. 이 디자이너는 "모나미라는 브랜드가 세대와 국경을 넘는 대표 K브랜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필기구는 문구지만 동시에 생활용품이 아니냐. 베르사체가 그릇을 만들고 루이비통이 옷을 만들 듯 모나미도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디자이너는 지난 6월 모나미와 함께 '모나미×이상봉' 컬래버레이션 에디션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마치 모나미 볼펜을 연상시키는 블랙&화이트 룩을 재해석한 이 에디션은 최근 재킷, 카디건 등 가을을 겨냥한 '시즌2' 제품으로 확장됐다. 그는 "많은 사람이 나를 패션 디자이너로 알고 있지만, 나는 1990년대부터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라고 얘기해 왔다"며 "일상생활과 가장 가까운 게 패션이고 , 역으로 옷 외에 가구, 그릇,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패션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이 디자이너는 패션뿐 아니라 그릇, 가구, 휴대폰, 인테리어 등 다양한 영역을 디자인했다. 그는 "볼펜이 하얀 도화지와 공책을 메워 나가는 것처럼, 패션도 하얀 도화지에 색을 칠해 가는 과정"이라며 "모나미도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을 위해) 이제 종이에 먹물을 한 방울 떨어트린 단계가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모나미 측에 전달한 것은 창업주인 송삼석 명예회장이 돌아가시고 난 후였다. 1963년 한국 최초의 볼펜 '모나미153'을 만들며 국내 필기구의 새 역사를 쓴 모나미가 세대를 거듭하면서도 사랑받기 위해서는 독일의 명품 만년필 브랜드 '몽블랑' 같이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이 디자이너는 "모나미는 대중적이면서도 상징적인 브랜드 아니냐. 패션업계에서 오래 있다 보면 브랜드의 힘, 브랜드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며 "모나미라는 브랜드가 가진 힘에 더 주목하면서, 이미 패션 아이콘이 된 모나미룩을 활용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라이프스타일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모나미를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모나미룩은 흰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기본으로 한 패션 스타일을 일컫는 말로, 마치 모나미 볼펜 모양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올해 8회째 직집 진두지휘하고 있는 '고교 패션 콘테스트'에서도 지난해부터 '모나미룩'을 패션쇼 주요 테마 중 하나로 구성했다. 이 디자이너는 "대학생 10명에게 모나미룩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모르는 친구가 하나도 없더라"며 "실제 고교 패션 콘테스트에서도 모나미룩 지원자가 가장 많다. 어찌 보면 이게 모나미와의 컬래버레이션의 시작"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모나미룩은 '흑백', 기본적인 룩을 대변하지만 여기에 포인트 색상의 스카프나 행커치프 등으로 색을 입히면 또 다른 느낌이 된다"며 "패션 쪽에서 모나미 브랜드가 자리를 잡아 가면 모나미룩에 색을 입혀 가는 과정을 같이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디자이너는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더 나아가 모나미가 또 다른 영역으로의 브랜드 확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볼펜을 잘 보면 매우 구조적이다. 건축도 마찬가지 아니냐. 언젠가는 모나미가 건축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는 일"이라며 "상상력이 모나미를 앞으로 하나씩 더 채워 갈 것이고, 이 과정에서 모나미의 상징성이 볼펜에서 다른 것들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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