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주권' 확보, R&D예산 삭감에 '흐지부지'…"이미 투입된 수백억 날릴판"

박정연 기자 2023. 9. 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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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대유행하는 동안 한때 국내 자체 백신 개발 역량을 확보해 '백신 주권'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백신 개발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초의과학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으로, 당시 정부는 자체 백신 개발을 완료해 백신 주권 확보 디딤돌을 마련하겠다며 수백억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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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백신 개발하려면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투자 필요"
주요 백신 연구개발(R&D) 사업단들의 내년 예산이 80% 이상 삭감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대유행하는 동안 한때 국내 자체 백신 개발 역량을 확보해 '백신 주권'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백신 개발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초의과학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으로, 당시 정부는 자체 백신 개발을 완료해 백신 주권 확보 디딤돌을 마련하겠다며 수백억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2024년 국가 주요 R&D예산이 감축되면서 백신 관련 R&D도 예산 감축의 '최우선 타깃'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투입된 R&D 사업에 포함돼 삭감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업이 전년 대비 80%가 넘는 예산이 삭감되면서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특히 지난 2년간 400억원이 넘게 투자된 사업의 예산이 갑작스럽게 줄면서 진행해왔던 연구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한 채 기존 연구비만 증발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4일 백신 업계에 따르면 2024년 백신 개발과 관련된 정부의 주요 R&D 사업 예산이 줄줄이 삭감 철퇴를 맞았다. 코로나19 대유행 국면에서 시작된 이 사업들은 내년까지 총 7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해 우리 기술로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 올해까지 계획대로 예산이 투입됐지만 내년 예산이 50~80% 삭감됐다. 과학기술계는 예산 삭감률이 80%를 넘으면 현실적으로 사업이 폐지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다수의 백신 개발 사업단이 운영 중이던 과제 대부분은 당장 중단될 위기에 직면했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한 백신 개발 연구를 지속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단들은 현재 운영 중인 과제 중 90%가 넘는 과제는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3개년도에 걸쳐 계획됐던 사업의 마지막 해 예산이 예상치 못한 칼질을 당하면서 그간 투자했던 연구비는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만일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예산 삭감이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자조섞인 평가다.

사업 지속이 어려워지면서 현장 연구원들은 당장 고용 위기에 처했다. 한 사업단 관계자는 “인건비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법적 문제를 감수해서라도 많은 연구원들의 계약을 중도 파기할 수 밖에 없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백신 개발 사업단에 참여하는 기관 대부분은 주로 젊은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학교 연구실이다.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감염병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선 백신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한국의 인체 백신 무역수지는 8억달러(1조539억원) 적자인 상황이다. 신종 감염병이 등장할 때마다 외산 백신에 의존하면 그때마다 막대한 경제적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정부가 백신개발 역량을 집중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또 다른 사업단 관계자는 “백신 개발은 연구역량 결집이 중요한 분야”라며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정부가 연구비를 지속적이고,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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