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넷 제로와 한국의 도약 (1) 탄소 감축 40% 약속
옛 소련이 먼저 최초의 우주인을 배출하자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 "우리 미국은 이번 1960년대가 끝나기 전에 달에 사람을 보내고 무사히 귀환시킨다"는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당시 기술로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였지만, 결국 1969년 아폴로 11호가 과업을 달성하자 미국은 전 인류의 박수를 받았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높은 비전과 목표를 제시한 후 구성원의 공감을 유발하고 달성시킴으로써 국가와 조직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남겨진 탄소 감축 목표를 보면 그때가 떠오른다.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의 평균 온도는 1.5도 이상 상승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이미 시작된 폭염과 폭설, 폭우, 가뭄 같은 이상기후로 인해 결국 인류는 지구에 살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 위협에 따라 2015년 채택된 것이 바로 산업화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로 억제하자는 파리협정이다. 핵심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 혹은 Carbon Net Zero)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세계 9번째 온실가스 배출국(2019년 기준)인 우리나라도 2016년 파리협정을 비준했다. 이어 2021년 말에는 '2050년 탄소중립(CN) 실현'을 위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로 '2018년 대비 40% 감축'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그러자 당시 언론들은 대개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문재인 정부가 민관합동 탄소중립위원회 전문가들의 "2030 NDC 달성 불가능" 보고를 묵살하고 발표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지금도 여전하다. 많은 전문가와 담당 공무원들이 "인기 추구형 대통령이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무책임하게 저질러놓고 가버려서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상기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작금의 상황을 볼 때 탄소 감축 목표를 높게 설정한 문 대통령에 대해 오히려 "잘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케네디 대통령의 달 착륙 약속도 당시로서는 실행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였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에서 차관을 얻어온 뒤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배고픈 국민이 대부분이고, 삼면이 바다여서 쉽게 수송할 수 있고, 달릴 차도 없는 나라에서 웬 고속도로 건설이냐"는 비판이 거셌다.
더구나 파리협약에 의하면 한번 설정한 목표는 철회나 후퇴가 안된다. 이제 정권과 무관하게 국정과제 앞부분에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이 단골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비전에 한국인이 공감하고 지속적인 혁신으로 기적을 일구어 냈듯이, 이제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 40% 감축'의 방법을 우리가 찾아 실현해야 한다. 우리에겐 과학적인 수단과 혁신적인 실천력이 있다. 성공하면 한국에 대한 세계의 인식이 개선되고, 경제가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대한 공로로 한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박수받는 장면을 기대해본다.
[박원우 서울대 경영대 교수·GEC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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