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증권맨 마침표…노후설계 강연은 계속"
"금융투자업계에서 현역으로 일한 지 올해로 50년을 채웠습니다. 대표직에서 언젠간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에 이번에 퇴직을 결심했지만, 앞으로도 노후 설계와 투자 교육을 계속해 나가려 합니다."
강창희 전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사진)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은퇴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노후 설계 전도사'로 유명한 강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트러스톤 연금포럼 대표 자리를 내려놓으며 50년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1947년생으로 올해 76세인 강 전 대표는 주말을 반납하고 전국을 누비며 연금의 중요성, 생애 설계와 은퇴 설계, 자산 관리 등의 주제로 교육 활동에 전념해왔다. 그는 "회사에 너무 오래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물러나게 됐다"며 "은퇴 후에도 여의도 개인 사무실을 거점으로 행복 100세 시대를 위한 연구 및 강연과 집필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 전 대표는 1973년 한국증권거래소에 입사해 경력을 시작했고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현대투자신탁운용과 굿모닝투자신탁운용 대표를 역임했다. 2004년 미래에셋금융그룹 부회장 겸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을 맡아 은퇴 교육 전문가로 변신했고, 2014년 트러스톤 연금포럼 대표에 취임해 노후 설계 교육을 활발하게 진행해왔다.
그는 "세상이 바뀌는 걸 미리 공부하고 준비한 덕에 1970~1980년대 일본 전문가에서 1990년대는 자산운용업 전문가, 2000년대부턴 노후 교육 전문가로 변신할 수 있었다"며 "천재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마감의 힘을 빌리는 등 스스로 일을 만들고 기회를 찾아야 조금씩 발전해 전문가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년 시절엔 여의도 증권가에서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이름을 알렸다. 강 전 대표는 "운이 좋게도 단점을 가리고 장점을 살리는 환경을 만났다"며 "영어를 못 해서 일본어를 공부했는데 일본으로 연수를 갈 기회가 생겨 1980년대 일본 제도와 문헌 등을 빨리 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00년대 초에는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 은퇴 관련 책이 많이 나와 미리 사서 읽어본 것이 간접경험이 됐다"며 "운용사 대표로 있던 시절 우리나라에서도 노후 설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메인 비즈니스를 투자 교육 중심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강 전 대표가 자신만의 투자 교육 철학을 펼치기 위해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에게 직접 투자교육연구소 제안서를 보낸 일화도 유명하다. 그는 "제안서를 보내고 박 회장과 만났더니 30초 만에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결정하셨다"고 밝혔다.
2012년 말 미래에셋금융그룹 부회장 직책을 내려놓은 후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와의 만남도 또 다른 전환점이 됐다. 당시 황 대표는 공익 활동을 위한 연금포럼에 강 전 대표를 영입하고자 삼고초려를 했다고 한다. 강 전 대표는 "연금포럼 같은 연구 활동 조직은 비영리 성격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의 큰 결심과 지원 없이는 힘들다"며 "황 대표의 결단과 제안으로 함께했던 것이 정말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러스톤운용에서 9년간 30만명이 넘는 교육생을 대상으로 2000회에 가까운 강의를 진행하고 295편의 유튜브 동영상을 제작했다. 강 전 대표는 "은퇴를 눈앞에 둔 중장년 세대뿐만 아니라 2030세대도 강연에 많이 찾아오고, 기업 신입직원 교육에도 불려 다니고 있다"며 "30대 청년이 내 영상을 지금 본 걸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말할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또 노후에도 일할 수 있는 '영원한 현역'이 되기 위해서 젊을 때부터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전 대표는 "이제는 직함보다 어느 분야의 누구라는 브랜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20~40대 때부터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에서 자신의 특기를 살릴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창직'까지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금융투자업계와 함께 5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본시장의 발전과 건전한 투자문화 조성에 많은 기여를 한 강 전 대표께 업계를 대표하여 감사드린다"며 "일찍부터 100세 시대를 대비한 자산 관리 및 교육에 큰 역할을 해주신 만큼, 당신도 100세까지 더욱 건강하고 성공적인 활동을 펼쳐 나가시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금이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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