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드리지 못해 죄송"…정년 앞두고 숨진 교사 '추모 물결'(종합)
유족 "고인 심적 고통 호소"…학교 정문엔 근조화환·추모메모
(용인=뉴스1) 최대호 김평석 유재규 기자 = "선생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정년을 1년가량 앞둔 베테랑 교사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세상과 이별했다.
지난 3일 성남시 청계산 등산로 초입에서 숨진 채 발견된 A교사(60대). 그는 체육수업 중 학생이 다친 사건으로 인해 경찰 수사와 교육청 감사를 앞둔 상황이었다.
생전 고인이 근무했던 학교 앞에는 명복을 기원하는 화환이 줄을 이었고, 담벽에는 동료 교사와 제자 들이 손글씨 추모 메모가 수십여장 붙었다.
일반 추모객의 발길도 이어졌다. 지나가던 한 주민은 추모공간을 지키고 있는 교사들에게 음료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애도의 마음을 표했다.
교사와 학생들은 "선생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우리가 당신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용인의 초등교사)", "그토록 오래 사랑해오셨을 교직을…, 그렇게 한순간에 떠나셨다니 너무 가습아픕니다. 그저,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후배 교사)", "선생님 저 ○○입니다. 영원히 선생님 딸 ○○이요, 우리 나중에 꼭 만나고, 늘 행복하세요" 등의 글로 고인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지난 8월 명예퇴직을 했다는 전직 교사는 "내년에 정년퇴직을 하는 60대 교사로 알고 있다. 명퇴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고소를 당해 못하신 것 같다"며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그곳에서는 편안하게 지내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는데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60대 교사 죽음과 관련해 일체의 입장을 표하지 않았다. 유족은 학교에서의 노제를 제안했지만 학교 측은 '아이들이 걱정된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교사의 빈소가 차려진 용인장례식장에서 만난 유족은 "고인은 30여년 간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살와왔다"고 전했다. 이를 설명하듯 영정사진 속 고인은 인자한 모습이었다.
유족에 의하면 A교사는 학부모 측으로부터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살고싶지 않다'고 표현하며 두 달 간 상당히 우울해 했다. 여기에 학부모 측의 요구에 따른 교육청의 감사도 예정돼 심리적 압박감이 컸다.
유족 측은 "고소 등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진 상태셨다" "이 일로 많이 무너지셨다" "죄책감을 가진 상황에서 형사사건까지 알게 돼 심적고통은 더 컸다"고 말했다.
A교사가 형사 사건에 휘말리게 된 일은 지난 6월 말 발생했다. A교사가 체육수업 중 개인적인 용무로 자리를 비운 사이 한 남학생이 발로 배구공을 걷어찼고, 이 공이 함께 수업을 받던 여학생의 얼굴부위를 강타했다. 피해 여학생은 망막 출혈 등으로 치료를 받았고, 부모는 A교사와 공을 찬 남학생을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7월 초 피해 학생 측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한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달 초 고소인 조사를 했고, 조만간 A교사를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다. A교사는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피해 학생 측의 고소 내용을 직접 확인했다.
A교사는 이 사건으로 학교 측으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지만 피해 학생 측은 '학교 측 처분이 가볍다'는 이유로 국민신문고, 교육청 등을 통해 A교사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다. 이에 용인교육지원청은 A교사에 대한 감사절차를 밟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교사가 극단선택을 하게 된 경위를 확인하기위한 수사를 시작했다. A교사가 생전 사용했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과 동료 교사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고소 사건 전후 A씨가 처했던 상황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다만 피해 학생 측의 고소사건은 A교사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으로 종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학생 측이 A교사에게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수준의 민원 제기를 했는지 등을 포함해 사건 전반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un07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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