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별은 나] "금빛 발차기로 '노골드 치욕' 격파"
58㎏급 한국 간판선수
아시안게임 1년 연기돼
두번 선발전 거쳐 출전권
"오래 기다린만큼 1등 생각뿐"
◆ 항저우 별은 나 ◆
'얍!' 우렁찬 기합 소리와 시원한 발차기가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필승관을 뒤흔들었다. 필승관 한편에는 '다시 일어서라. 자랑스러운 태극전사여'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부진했던 아쉬움을 털어내겠다는 태권도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비장함이 묻어났다.
한국 태권도는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53개를 땄다. 사격(63개), 복싱(59개) 다음으로 많다. 그런데 최근 경쟁국들의 거센 도전을 받았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남녀 대표팀 모두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2000년) 이후 처음 금메달 없이 마쳤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에서는 여자 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하나도 획득하지 못했다.
그만큼 오는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맞이하는 태권도 대표팀의 각오는 남다르다. 남자 태권도 에이스 장준(한국가스공사)도 마찬가지다. 장준은 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 종목 첫날인 25일 58㎏급에 나선다. 태권도 대표팀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첫 경기인 만큼 그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장준은 "(태권도 첫 경기라고 해서) 부담은 없다. 내가 스타트를 잘 끊어야 뒤따라 경기할 동료들이 자신감 있게 도전할 수 있다.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태권도를 시작한 장준은 고교 시절 일찌감치 한국 남자 태권도를 이끌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고교 3학년이었던 2018년 5월, 당시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58kg급 최강자였던 국가대표 김태훈과 2차 연장전을 치르는 접전을 펼쳤다. 비록 연장 끝에 아쉽게 패했지만 세계 1위에게 주눅 들지 않은 플레이로 태권도계에서 '떠오르는 별'로 눈길을 모았다. 이후 장준은 승승장구했다. 같은 해 아시아선수권과 태권도 월드 그랑프리 대회를 연이어 제패했고,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도 우승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 장준에게도 뜻하지 않은 위기를 안겼다. 국제대회가 줄어들어 실전 경험을 키울 기회가 적었다. 2021년 7월 도쿄올림픽을 통해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지만 준결승에서 무명의 19세 튀니지 선수(모하메드 칼릴 젠두비)에게 패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장준은 "각종 국제대회들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열리지 못했다. 선발전을 치르고 1년 반이 지나 나간 첫 실전이 올림픽이었다. 경기를 어떻게 운영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올림픽 때는 부담도 컸고 많이 긴장됐다.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과정은 더 험난했다. 지난해 4월 힘겹게 대표 선발전을 통과했지만, 대회가 1년 연기됐다. 결국 대한태권도협회는 올해 한 차례 더 선발전을 치르기로 했다. 재선발전을 치르는 우여곡절 끝에 장준은 출전권을 다시 거머쥐며 당당하게 아시안게임에 나서게 됐다.
장준은 "아시안게임 선발전을 다시 한다고 했을 때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이 악물고 준비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나가는 만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꼭 1등을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182㎝의 큰 키에 유연한 몸놀림이 주특기인 장준은 하루 6~7시간 훈련에 매진하면서 아시안게임을 위해 굵은 땀을 흘렸다. 그는 "도쿄올림픽 때와 달리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실전 경험을 많이 쌓았다. 그만큼 경기 감각도 많이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외모에 실력까지 겸비한 장준은 2021년 은퇴한 '태권 스타' 이대훈을 떠올리게 한다. 이대훈의 뒤를 이을 후보라는 말에 장준은 "아직 부담스럽다. 외모보다는 실력으로 좀 더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첫 올림픽의 아쉬움과 아시안게임 대표가 되는 어려운 과정을 넘은 장준의 태권도는 어쩌면 더 단단해졌을지 모른다. 장준은 "태권도에서 오랫동안 잘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그만큼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중요한 첫걸음을 떼는 대회가 될 것"이라면서 "후회 없이 첫 아시안게임에 도전하고 싶다.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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