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최준용‧존슨…, 이젠 만날 수 없는 전주 팬들

김종수 2023. 9. 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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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주 KCC의 연고지 이전은 많은 이들에게 치유하기 힘든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하루아침에 가족같이 생각하던 연고팀을 잃은 전주‧호남팬들의 상실감은 충격을 넘어 절망 수준이며 KCC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좋은 기억을 가지고있던 옛 레전드들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호남권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농구팀이 사라짐에 따라 특정 지역간 불균형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KCC의 부산행으로 인해 경상도에만 무려 4개팀(창원 LG, 울산 현대모비스, 대구 한국가스공사, 부산 KCC)이 집중됐다. 서울 2개팀, 경기도 3개팀, 강원도 1개팀과 비교해도 가장 숫자가 많다. 호남과 충청권에는 단 한 개 팀도 없다.


전세계 프로스포츠 역사상 특정 지역에 40%의 팀이 집중된 경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KBL이 경상도 리그가 됐다’는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않는 이유다. 고른 지역의 농구팬을 수용한다는 KBL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가 영남지역으로 연고지를 옮겼다고보면 실감이 날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되었음에도 책임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있는 전주시 측은 설득력없는 변명과 미숙한 후속대처로 팬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KCC측의 연고지 이전도 아쉽지만 애당초 그럴 빌미와 명분을 제공한 전주시 측의 실책이 도화선이 됐다고 보는게 맞다. 전주를 떠날 것을 결심한 KCC는 부산시에 의사를 타진했고 그 사이 군산시가 좋은 지원 조건으로 유치를 희망했다.


만약 군산으로 연고지가 바뀌었다면 전주와 같은 전북권이라는 점에서 별다른 반발은 없었을것으로 전망된다. 호남권 유일 구단을 유지할 수도 있었다. 아쉽게도 KCC의 선택은 부산이었고 KCC와 전북의 22년간 인연은 결국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KCC는 지역에 상관없는 전국구 구단이다. 연고 도시의 규모에 상관없이 구름관중을 몰고다닐 수 있는 흔치않은 팀으로 꼽힌다. 그게 KCC의 힘이고 매력이다. 만약 군산으로 갔다면 군산지역은 몰라보게 발전 혜택을 누렸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가운데 더욱 팬들을 속상하게 한 것은 핀트가 어긋난 전주시의 행보다. 전주시 측에서는 KCC가 소통의 창구를 닫아둔채 속전속결로 일을 처리해서 대응할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일단 KCC가 상황을 빨리 진행시킨 것은 맞다. 하지만 전주, 호남팬들에게 KCC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았다면 전주시 역시 그 이상으로 빨리 달렸어야 했다. 그게 당연한 대응이고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행정 능력이다.


전주시는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간 과정이나 결과만 보면 그냥 안했다고 오해해도 무리가 없다. 특히 전주시의회 문화경제위원회 송영진 위원장과 위원회 소속 의원 8명, 전주시의회 직원 6명 등 총 14명이 지난 28일 3박 4일 일정으로 관광성 제주도 연수를 갔다왔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을 큰 충격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나름대로 본인들도 노력했다는 변명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관광성 제주도 연수를 다녀온 S의원같은 경우 예전부터 KCC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온 것으로 유명한데 연고지 이전이 확정됐을때도 ‘KCC가 전주 시민을 우습게 본다. 잘 떠났다’는 식의 입장을 드러내며 팬들을 복창터지게 했다. 해당 의원은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휴대폰을 꺼놓는 등 외부와의 소통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다.


성난 민심은 다음 선거로까지 이어질 태세다. 출향인 최철웅(47‧안산)씨는 “고향 선후배들에게 물어보면 하나같이 전주시와 전라북도에 실망했다는 의견일색이다. 단순히 KCC라는 농구팀을 빼앗긴 것을 떠나 그 과정에서 있었던 노력, 명분, 후속대처, 머리싸움, 언론플레이 등 모든 면에서 완패다. 다른 일이든 똑바로 할 수 있겠는가. 다들 다음 선거때 두고보자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전주 KCC 소속으로 들어와 전주팬들과 인사조차 못하게된 인물들이다. KCC는 비시즌간 우승의 마지막 퍼즐이 될지도 모를 대어 최준용(29‧200.2cm)을 영입했다. 리딩가드가 약점으로 꼽히는 KCC에게 리그 최고의 포인트 포워드 최준용은 최고의 조각으로 꼽힌다. 전주팬들은 기존 ‘준드래곤’을 ‘전주 드래곤’으로 바꿔부르며 높은 기대를 드러냈다.


이상민(51‧183cm) 전 삼성 감독의 코치로의 귀환도 비시즌간 화제였다. 이상민 코치는 원조 KCC 슈퍼스타다. 빼어난 기량에 더해 많은 팬을 몰고다니며 KCC를 상징하는 인물중 하나로 전성기를 보냈다. 아쉽게도 서장훈, 임재현 FA영입 당시 보상선수로 삼성으로 둥지를 옮기며 KCC 아픈 손가락으로 남고 말았다. 때문에 코치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많은 전주, 호남팬들은 양손을 치켜들며 환영했다.


새 외국인선수 알리제 존슨(27·201cm)에 대한 전주팬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그는 마른 체형에 3~4번을 오가는 포워드라는 점에서 지난 시즌 함께했던 론대 홀리스 제퍼슨(28‧198cm)과 비교되기도 한다. 하지만 득점에만 특화된 제퍼슨에 비해 리바운드, 패싱력에 강점이 있는것으로 알려지며 기존 장신 포워드진과의 궁합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최준용, 이상민, 존슨 3인방이 이지스함에 들어올 때만 해도 항구는 전주였다. 전주, 호남팬들은 물론 전국의 수많은 출향인들까지 그들과의 첫만남이 시작될 새시즌을 기다렸다. 아쉽게도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말았다. 서로간 인사도 하지 못한채 남남이 됐다.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져버린 팬들의 비극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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