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7일 개최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에서 강서경 작가 개인전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Suki Seokyeong Kang: Willow Drum Oriole'가 7일부터 개최된다.
강서경 작가 개인전으로는 최대규모로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총 130여 점이 출품된다. 리움미술관 M2 전시장과 로비에 전시된다. 1977년생 강 작가는 평면, 조각,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작품세계를 확장해왔다.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전통 회화, 음악, 무용, 건축 등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연구를 보여주고 있다.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2019), 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2018)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베니스 비엔날레(2019), 리버풀 비엔날레(2018), 광주비엔날레 (2018, 2016) 등 국내외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2013년 송은미술대상 우수상, 2018년 아트바젤 발루아즈 예술상을 수상했다.
강 작가는 회화에 대해 "눈에 보이는 사각형과 보이지 않는 사각 공간을 인지하고, 그 안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를 고민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한다. 그리는 행위의 기본틀인 사각 형태의 프레임을 전통에서 발견한 개념 및 미학과 연계하여 회화라는 매체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확장하는 기제로 활용해왔다.
대표작 '정井'은 조선시대 유량악보인 정간보(井間譜)의 '우물 정(井)'자 모양 사각틀에서 착안한 것이다. 음의 길이와 높이를 표기해 넣은 정간을 소리와 움직임, 시간과 서사를 담아내는 개념적 틀로 차용하고 재해석한 연작이다.
캔버스 프레임, 창틀의 형상과도 유사한 '정井'연작은 회화를 시공간으로 확장시킬 수 있게 하는 조형적 단위체가 될 뿐 아니라, 관람객의 시선을 격자틀 내외부로 집중시키거나 전시 구획의 보이지 않는 시스템으로도 작동한다.
강 작가는 전통 한국화의 방식대로 장지나 비단을 수평으로 펼친 채 그림을 그린다. 짙고 옅은 먹과 색을 겹겹이 스미게 해 반투명한 물감층의 흔적을 쌓아 올린다. 강 장가는 이렇게 제작된 한 단위이자 작품을 '모라(Mora)'로 정했다. '모라'는 언어학에서 음절 한 마디보다 짧은 단위를 의미한다. 모라는 탑처럼 쌓여 3차원 조각처럼 전시되기도 하고, '정井의 프레임과 결합되어 다양한 변형태로 제시되기도 한다.
'자리' 연작은 조선시대 1인 궁중무 '춘앵무(春鶯舞)'에서 춤을 추는 공간의 경계를 규정하는 화문석에서 착안됐다. 작가는 무대가 되기도 하고 경계선이 되기도 하는 화문석을 '자리'라는 공간 개념으로 치환해 사회 속 개인의 영역을 고찰하고, 회화 매체를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하는 조형적 기제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자리' 연작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 제목이자 신작 영상의 제목인 '버들 북 꾀꼬리'는 리움 로비에 자리 잡았다. 전통 가곡 이수대엽(二數大葉)의 '버들은'을 참조한 것이다. 실을 짜듯 버드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꾀꼬리의 움직임과 소리를 풍경의 직조로 읽어낸 선인들의 비유를 재해석했다. 이를 통해 '버들 북 꾀꼬리'에선 시각·촉각·청각 등 다양한 감각과 시·공간 경험을 아우르는 작업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곽준영 리움미술관 전시기획실장은 "강 작가의 이번 전시는 미술관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헤쳐 모인 각각의 작품들이 서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연대의 서사를 펼친다"며 "작가는 이를 통해 나, 너, 우리가 불균형과 갈등을 끊임없이 조율하며 온전한 서로를 이뤄가는 장(場)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 도록은 예술 전문 출판사 핫제 칸츠(Hatje Cantz)를 통해 내년 초 발간 예정이다. 연계 프로그램으로 전시 기획의도와 작가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큐레이터 토크를 12일 오후 3시 리움미술관 강당에서 진행한다. 12월에는 조이 휘틀리 런던 치센헤일 갤러리 디렉터와 곽준영 실장이 작가와 함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하는 '너른 자리 토크'가 열린다.
'액티베이션(Activation)'이란 이름으로 전시기간 중 퍼포먼스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보테가 베네타 후원으로 이번 전시기간 중 리움 멤버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움직임 워크숍'은 10월 중 3회 마련된다. 작가가 고안한 액티베이션 움직임을 예술강사와 무용수에게 배울 수 있다.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어린이 워크북으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된다.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하다.
리움미술관은 10일까지인 미술주간은 맞아 관람료를 50% 할인하고 있다. 세계 미술 관계자와 애호가들이 서울을 찾는 프리즈와 키아프 기간에 맞춰 이번 전시가 열린다. 김범의 '바위가 되는 법'도 12월 3일까지 계속된다. 호암미술관의 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는 10일까지 열린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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