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에 충격, 34년 교직 자긍심 무너져” 숨진 용인교사 유족의 회상[종합]

2023. 9. 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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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된 60대 고등학교 교사 A 씨 빈소가 있는 경기 용인시의 장례식장에서 4일 연합뉴스와 만난 A 씨 유가족은 고인이 생전 학부모 민원과 뒤따르는 경찰 고소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밝혔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전날 사망한 용인시 모 고등학교 체육교사 A 씨가 사망 당시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작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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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에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된 교사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극단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된 60대 고등학교 교사 A 씨 빈소가 있는 경기 용인시의 장례식장에서 4일 연합뉴스와 만난 A 씨 유가족은 고인이 생전 학부모 민원과 뒤따르는 경찰 고소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밝혔다.

A 씨 유가족은 "토요일 아침에 집을 나선 후 연락이 되지 않아 이튿날 실종 신고를 했다. (이후)경찰로부터 사망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얼마 전부터 학부모와의 갈등 때문에 '살고 싶지 않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했다.

이어 "퇴직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그간 (교직 생활을)잘해왔던 것만 생각하시고 이겨내보자고 말씀드렸는데, 이런 결정을 하시게 돼 너무 안타깝다"며 "신고 받고 경찰 조사도 받아야 한다는 게 본인으로는 충격이 많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유가족은 "34년 교직 생활의 자긍심이 무너진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자괴감 같은 게 너무 커서(그렇다고 한다)"라고도 했다.

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에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된 교사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

A 씨 유가족은 "고인은 아무리 배탈 때문이었어도 (수업 중)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죄책감을 많이 갖고 있었다"며 "그런 와중에 형사 사건을 알게 된 후 (심리적 고통이)더 심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수업 중 자리를 비운 행위가)잘했다곤 생각하지 않고, 이에 따른 책임을 질 수는 있지만 이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라며 "학교에서 경고 조처를 내렸지만 피해 학부모 측에선 이것이 솜방망이 처분이라고 생각한 듯하다"고 했다.

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에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된 교사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

지난 3일 경기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경찰이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전날 사망한 용인시 모 고등학교 체육교사 A 씨가 사망 당시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작업에 나섰다.

경찰은 휴대전화 안에 담긴 통화 기록 및 사진·문서자료 등을 토대로 A 씨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경위에 관해 살펴볼 예정이다.

A 씨가 근무한 학교의 교사 등 관계자와 일정을 조율해 조만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나온 A 씨 유서에는 가족에게 전하는 메시지 외에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추정할 만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 교사 A 씨는 지난 6월 체육 수업 중 자리를 비운 사이 학생 한 명이 다른 학생이 찬 공에 맞아 눈 부위를 다치는 사고와 관련, 피해 학생 측으로부터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 당했다.

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에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된 교사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

피해 학생 측은 지난달 왼쪽 눈 망막에 출혈이 있었다는 내용의 진료 확인서를 경찰에 제출하고, 피해자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후 최근까지 A 씨와 출석 일정을 조율해왔는데, 정식 조사가 이뤄지기 전 A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피해 학생 측이 A 씨를 상대로 교육청에 감사 및 징계 요청을 한 건이 있다는 유족 진술 등을 청취하고, A 씨가 자신을 향한 형사 고소 및 수차례 민원 제기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인지 등에 대해 폭넓게 수사할 방침이다.

A 씨는 지난 3일 오전 10시35분께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청계산 등산로 초입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 가족은 사망 전날 외출한 A 씨가 귀가하지 않자 사건 당일 오전 9시30분께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 씨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A 씨를 발견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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