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낫다" 中기업 아무리 손짓해도…삼성·LG 전시관만 '북적'
유럽 최대의 가전 전시회 IFA 2023이 5일간의 여정을 끝내고 5일(현지시간) 폐막했다. 2000여개 사가 참여했으며, 유럽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약 수십만명의 관람객과 관계자가 현장을 방문했다. 삼성·LG 등 국내 양대 제조사와 밀레, 제너럴일렉트릭(GE), 하이얼, 하이신(하이센스) 등 각국을 대표하는 가전업체가 최신 기술과 솔루션을 선보였다.
현장을 찾은 업계와 관계자들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중국 기업의 약진이 도드라졌지만, 아직은 한국과 차이가 벌어져 있다고 입을 모았다. TV와 세탁기, 냉장고 등 다양한 백색 가전이나 스마트폰·게임기 등 미래형 제품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하려는 중국의 시도가 잇따랐으나, 한중 기업간 기술력 격차만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전시회를 독점할 것이란 중국의 자신에도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린 장소는 삼성·LG 전시관이었다.
IFA 2023은 연초 미국에서 개막하는 CES보다 다소 힘이 빠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시장인 미국 기업과 관람객이 대거 불참하고, 삼성이나 LG전자, 월풀 등 글로벌 가전 제조사의 신제품 출시가 미진하면서 예전의 위상을 잃었다. 5일간 돌아본 전시회장도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고, 일부 전시관은 입주 기업이 없어 비어 있었다. 주최측은 총 관람객 숫자를 20~30만명으로 추산했으나, 확연히 적어 보였다.
빈 자리는 중국 기업이 꿰찼다. 한 층 전체를 중국 기업이 활용하는 경우도 잦았다. TCL이나 하이신, 메이디 등 중국 주요 가전 제조사들은 초대형 TV와 세탁기, 통합 솔루션을 잇따라 선보였다. 유명 축구선수와 협업해 부스를 꾸미거나, 게임을 앞세워 관람객을 불러모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주 경쟁자는 한국이다. 중국 기업 관계자들은 묻지 않았는데도 "한국보다 낫다", "삼성·LG 제품을 넘었다"고 홍보했다.
관람객들의 발길은 삼성·LG 전시관으로 향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대 규모인 약 1823평의 전시 공간을 마련했으며, LG전자는 입구 바로 옆에 전시관을 꾸몄다. LG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하루 1만 5000여명~2만여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전시관에는 TV, 게이밍 모니터를 체험하려는 관람객들이 몰렸으며, LG전자 전시관에도 차세대 가전을 경험하려는 관계자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삼성은 IFA 2023에서 스마트싱스를 통한 초연결을 핵심 주제로 삼았다. 자사 제품은 물론 조명이나 블라인드 등 다른 기업의 제품 300개 이상을 모두 연결할 수 있는 스마트 생태계를 선보였다. 전시관 전면에도 스마트싱스가 배치됐다. 이외에도 맞춤형 가전인 비스포크,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갤럭시 Z플립5, Z폴드5 등 가전~모바일을 아우르는 제품에 관람객들의 관심이 쏠렸다.
삼성은 몰입감을 높인 초대형 TV의 시장 리더십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정강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차세대기획그룹 상무는 "초대형과 프리미엄 TV 부문에서는 삼성전자가 경쟁사에 비해 큰 우위를 점하고 있다"라면서 "중국 기업의 기술과 (삼성의 기술이) 이름이 같은 것이 큰 의미는 아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LG전자의 주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스스로 사용 에너지의 일부를 생산하는 태양광 지붕이나 고효율 가전이 탑재된 주거 형태인 '스마트코티지', 가전 통합 연결 플랫폼 'LG 씽큐'가 대표적이다. 특히 에너지 절감에 대한 관심이 높은 유럽 관람객들은 'LG 씽큐'를 사용한 주택 에너지 절감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LG 씽큐를 활용하면 가전이나 전기차, 주택의 에너지 소비량을 제어할 수 있다.
LG전자는 IFA 2023을 딛고 에너지 절약, 냉난방 공조 등 차세대 기술을 무기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다. 현장을 방문한 류재철 H&A 사업본부장(사장)은 "LG전자가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공조 사업 등 신사업 부문에서 지속 우위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면서 "스마트 홈 솔루션을 통해 글로벌 가전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베를린(독일)=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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