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성별 공개 파티’… 분홍색 연기 뿌리던 조종사 추락사
멕시코에서 ‘젠더리빌파티’(성별 공개 파티)에 이용된 비행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다. 이 파티는 예비부모가 지인들에게 배 속 아이 성별을 처음 알리는 자리로 보통 아들이면 파란색, 딸이면 분홍색 소품을 이용한다. 서구권에서 매우 흔한 행사지만, 종종 이처럼 과한 사례가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2일(현지 시각) 멕시코 시날로아주 나볼라토의 한 야외 파티장에서 벌어졌다. 아이의 성별을 공개하기 위한 자리에서 분홍색 연기를 흩뿌리며 날던 비행기 날개가 부러지면서 추락하고 만 것이다. 이 사고로 비행기 조종사 1명이 잔해에 깔려 숨졌다.
엑스(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당시 영상을 보면, 비행기가 저고도 비행을 하며 분홍색 연기를 흩뿌린다. 부부가 가진 아이가 딸이라는 의미다. 이윽고 비행기는 날개가 꺾여 불안정한 모습으로 파티장 뒤편 숲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대부분 참석자는 기체에 이상이 생겼다는 점을 눈치채지 못했고, 단지 딸이라는 소식을 축하해주는데 여념 없다. 주인공인 부부도 사고를 알아채지 못한 듯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영상은 여기에서 끝나지만, 부부 및 참석자들은 이후 발생한 굉음에 의해 추락 사실을 알게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고로 젠더리빌파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또다시 일기 시작했다. 사실상 부부가 이번 사고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젠더리빌파티에서 비롯된 여러 사건·사고가 재차 입방아에 오르면서 “허영심만 가득한 파티”라는 주장이 나오는 분위기다. 일부 네티즌은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 “저주받은 파티” “점점 도가 지나치고 있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다만 “임신 축하 및 성별 공개를 위한 자리를 만드는 건 개인의 선택이고, 사고는 미리 대처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과한 비난은 삼가야 한다”는 네티즌도 있었다.
실제로 젠더리빌파티에서 소품을 과하게 활용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2020년 9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엘도라도 카운티에서 한 부부가 불꽃놀이용 폭약 장치를 활용해 아이의 성별을 공개하다 대규모 산불을 일으켰다. 당시 최소 8600에이커(34.8㎢)의 산림이 소실됐다. 앞선 2017년 애리조나주에서도 같은 이유로 산불이 발생해 4만7000에이커(190.2㎢) 면적이 불에 탔다.
일부 젠더리빌파티에서는 동물 학대 논란도 불거진다. 비둘기 등을 성별 공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몸통 전체를 파란색이나 분홍색 염색약으로 물들이면서다. 지난 1월에는 뉴욕 맨해튼 매디슨스퀘어파크에서 온몸이 분홍색으로 염색된 비둘기 한 마리가 구조돼 논란이 일었다. 또 작년 10월에는 플로리다 팸브로크파인스의 한 공원에서 분홍색 비둘기 여러 마리가 발견됐는데, 모두 젠더리빌파티를 위해 염색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젠더리빌파티는 2008년 블로거 제나 카버니디스가 대중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자, 카버니디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젠더리빌파티가 처음 산불을 일으켰을 때 죄책감이 울었다”며 “처음에는 나쁘지 않은 파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전혀 좋지 않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 속 아이가 딸인지 아들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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