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경·CCTV 가동에도 사무실 털린 경남도...애꿎은 직원만 '인권침해'

경남=임승제 기자 2023. 9. 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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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국장 "자수해라", 직원들 '차량·자택' 강제 조사
공무원노조 "국가인권위 진정서 제출", "특별한 조치 없을 경우, 경찰 고발 추가" 예고
한진희 경남도청 공무원노조위원장이 지난 1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경남도 공무원노조 제공
경남도 임기제 공무원 임용 시험 응시자가 '채용 관련 서류'를 훔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경남도가 신속한 신고 절차를 무시하고 내부 소행으로 단정하면서다. 이에 도 공무원들의 인권침해 손상이 심각하다는 내부 비판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30일 새벽 한 공무원 임용 응시자 A씨는 도청 인사과 사무실 무단으로 침입해 채용 관련 서류를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검거된 A씨는 30대로 알려졌다.

A씨는 최종합격자 발표를 하루 앞둔 이날 사다리 등을 이용해 도청에 몰래 들어간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이 때문에 도청 보안이 느슨해지면서 외부 침입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경남도는 도청 방호와 보안을 위해 30명의 청원경찰이 주·야 교대로 근무를 서고 있고 152대의 폐쇄회로(CC)TV가 작동되고 있다.

특히 사건 발생 이후 경남도가 취한 조처를 두고 강한 비판이 따른다.

경남도 조현옥 자치행정국장은 당일 오전 출근해 관련 서류가 사라진 것을 파악하고 다짜고짜 인사과 직원들을 불러 닥달했다. 그는 담당 직원에게 "지금 자수해라. 그러지 않으면 해임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적법한 법령에 따르지 않고 해당 공무원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차량은 물론 심지어 자택까지 찾아가 조사하는 등 논란을 가중시켰다.

이와 관련해 경남도 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1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도 집행부를 겨냥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발생한 도청 인사과 사무실 침입 절도 사건 관련해 담당국장이 전후사정을 파악하지 않고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에게 부당한 압력과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외부 침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내부 소행으로 의심이 됐더라도 사무실의 개인 사물을 뒤지는 것도 모자라 직원들의 개인 차량과 집까지 조사한 것은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집행부는 적법한 절차를 밟아 수사기관에 의뢰했어야 마땅한데도 모든 절차를 무시한 것은 물론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며 직원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았다. 이는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절도 범인이 잡혔으면 그만이다는 식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그 과정에서 위법한 행위를 하거나 권한을 넘는 부당한 행동를 했다면 철저히 가려내서 조치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소속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도 이에 대해 "채용서류를 도난당한 보안시스템도 문제지만 그런 일이 발생하면 경찰에 먼저 신고하는 것이 상식적인 조처이다"며 "하지만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직원들을 마치 범죄자 취급하면서 차량과 집을 뒤졌다는 건 인권을 유린한 반인권적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현옥 자치행정국장은 공무원노조 기자회견이 끝난 뒤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서류를 찾는 과정에서 직원들께 힘든 조치와 언행을 한 점 대단히 죄송하다. 서류 찾는 목적 외에 다른 의도는 없었지만 직원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점 깊이 반성하고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라면서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담당국장의 사과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등 인권침해 논란은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는다. 신동근 전 도청공무원 노조위원장은 노조 홈페이지에 "지난 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며 "도가 특별한 조치를 않을 경우 경찰 등에 추가로 고발 또는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남도 관계자는 <머니S>와의 전화통화에서 "보안사안 관련해 구체적인 사항은 알려주기가 어렵다"면서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내부적으로 방호·보안 관련해 강화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남도의 사과에도 불구, 도 보안이 외부침입에 무방비로 뚫렸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남=임승제 기자 moneys420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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