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조 쩐의 전쟁' 마이데이터 산업…노인 고독사까지 막는다
마이데이터(MyData) 사업이 2025년에 본격적으로 확대된다. 마이데이터란 개인이 본인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자신의 통제하에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처리하는 제도다.
그동안 정보 주체인 개인은 자신의 데이터가 어디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지 못했다. 기업들은 회원 가입 시 무심코 동의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해 개인의 휴대폰에 막대한 광고 문자와 SNS를 보냈다. 또한 각 기관들은 각자의 정보기술(IT) 시스템만을 '칸막이식'으로 운영해 설사 내가 동의해 내 개인정보를 제3기관에 옮기고 싶어도 제3기관에서 이를 받아주지도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CT 촬영으로, A병원에서 찍은 CT를 B병원으로 옮기려면 각종 복잡한 절차(직접 A병원에 내방, 본인임을 인증)를 거쳐야 했다. 각 개인이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해 그동안 '수동적 지위'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개인의 불편함 이외에 큰 문제를 야기했다. 바로 일부 빅테크 기업(구글, 애플, 메타를 포함해 국내 네이버, 카카오 등)이 막대한 상품·서비스 영향력을 기반으로 개인정보를 독점하기 시작한 것이다. 성별, 연령, 거주지 등과 관련된 기본적인 개인정보만 있어도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다. 애드테크(AdTech) 업계에서는 "맞춤형 광고를 할 경우 소비자의 구매율을 기존 광고보다 100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개인이 회원 가입 당시 사전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이들 빅테크가 개인정보를 다량으로 취득해 맞춤형 광고를 하면서 한 해 수조~수십조 원을 벌고 있는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겼다.
개인정보를 소수 기업이 독점하고, 이들 기업이 이 같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취향까지 조정하는 이른바 '빅브러더'(정보 독점에 따른 통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때문에 개인에게 데이터 주권을 주자는 의미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이 2010년대 중반부터 각국에서 나오게 됐다. 금융 분야에 한정해서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고 있는 미국, 유럽, 일본 등과 다르게 한국은 2025년까지 전 분야로 이를 확장하자고 나서면서 마이데이터 선도국가로 앞서나가고 있다.
금융 마이데이터, 절반의 성공
금융 마이데이터는 2020년 8월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본격적으론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됐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우리은행 앱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하니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각기 흩어져 있었던 내 계좌를 한눈에 모을 수 있었다. 내 전체 계좌에서 얼마가 입금됐고 출금됐는지를 일자별로도 볼 수 있었다. 또한 '소액 모으기' 기능이 있어 예금통장에 잠자고 있는 돈으로 소액이나마 예금을 들 수도 있었다. 우리은행 이외에도 핀테크 C사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하니 똑같이 한눈에 흩어진 계좌들을 모을 수 있었고, 나에게 맞는 대출까지 찾을 수 있었다. C사 측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인 C사는 대형 금융사에서 고객 개인정보를 받는 입장인데, 이렇게 한데 많은 금융사의 서비스를 묶은 뒤 대형 금융사 대신 그들의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수수료를 받거나 혹은 대형 금융사의 광고를 받아서 광고료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통합 조회와 일부 대출·재무 상담 이외에 별다른 차별점이 없다는 데 있다. 당초 금융 데이터와 비금융 데이터가 한데 묶여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것을 기대했지만 유통, 교통, 여가 등 비금융 데이터에선 아직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아울러 금융에 이어 공공 마이데이터 사업도 2021년 12월 전자정부법 개정을 통해 시행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현장에선 그다지 쓰임새가 많지 않다.
일례로 금융사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같이 포함된 공공 서비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소득자료(대출 증빙용) 이외엔 거의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형적으로 성장할 순 있었어도 아직 마이데이터를 통해 돈을 버는 업체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며 "외연이 확대돼야 이종 데이터 간 결합을 통한 혁신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데이터, 전 분야로 확대
앞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은 전 분야로 확대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7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가 마이데이터 혁신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까지 마이데이터 관련 법·제도를 수립한 뒤 내년에 선도 서비스와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고, 2025년부터 마이데이터를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최장혁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은 "보건의료, 복지, 통신, 에너지 등 10대 중점 부문안을 선정해 단계적으로 개인정보 전송 범위 및 전송 의무 대상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70대 독거노인 D씨가 자신의 의료(만성질환 병력), 복지(전기·가스·수도 등 사용량), 통신 서비스(통신 사용량)에 대한 데이터 활용에 동의하면 독거노인 고독사 방지 서비스를 하는 E기관은 D씨로부터 3가지 개인정보(의료·복지·통신)를 받아 와서 평소 대비 이상한 상황이 있는지를 상시 모니터링한다.
만일 전기 혹은 통신 사용량이 평소 대비 50% 이상 줄었다면 E기관은 바로 D씨 집을 방문해 고독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독거노인 고독사 방지 외에도 △맞춤형 주거 매물 추천 △최저 가격 추천 △맞춤형 일자리 매칭 등 마이데이터를 통한 대국민 체감 서비스를 적극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국민이 스스로 마이데이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국민은 플랫폼을 통해 본인의 모든 개인정보 전송 이력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고, 원치 않는 전송을 즉시 중단하거나 기존 전송 데이터의 파기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정보 주체로서 개인정보에 대해 그동안 수동적 권리만 행사했던 관행을 깨고, '마이데이터'란 이름에 걸맞게 각 개인이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서비스업 혁신 기반 마련
이를 통해 정부가 노리는 것은 데이터 산업 성장이다. 정부는 2021년 23조원 규모였던 국내 데이터 산업을 2027년까지 58조원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마이데이터 전문기업 역시 500개를 육성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은 한마디로 '서비스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 서비스업의 취업자당 노동생산성은 6만4000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만7000달러)에 못 미쳤다. 국내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 비율은 49.6%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업 혁신은 생산성을 조금이나마 올릴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분류되는 숙박업과 여가 서비스를 합치면 계절별로 관광객이 많이 향하는 국내 여행지에 '이동형 버스 글램핑 서비스' 등을 만들 수 있다. 아울러 정부 계획대로 500개 마이데이터 스타트업이 육성된다면 이들 스타트업이 기존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고객 정보를 대신 받아 와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하면서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는 빅테크의 정보 독점(빅브러더)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생긴 마이데이터 사업 취지에 부응하게 된다. 최 부위원장은 "데이터 경제의 혁신 동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의료 등 공적 보호가 필요한 영역을 제외하고는 불필요한 진입 규제는 최소화할 것"이라며 "이종 간 데이터 결합을 더욱더 원활히 하기 위해 산업별 특성에 맞는 데이터 중개 전문기관도 지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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