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을 대세는 Z세대가 열광하는 올드머니 룩
김수미 2023. 9. 4. 17:02
‘올드머니’ 대대로 물려받은 자산 가진 상류층
다이애나비·재클린 케네디 등 즐기던 스타일
브랜드·로고 드러나지 않는 고급 소재와 마감
“더 적게 소유하고 지속 가능 제품 구입 양상”
다이애나비·재클린 케네디 등 즐기던 스타일
브랜드·로고 드러나지 않는 고급 소재와 마감
“더 적게 소유하고 지속 가능 제품 구입 양상”
‘브랜드는 감추고, 부티는 은은하게.’
올가을 패션계를 지배하는 키워드는 ‘올드머니(Old Money) 룩’이다. 최근 몇 년간 유행하던 복고풍의 화려한 y2k(2000년) 패션이 가라앉고 올드머니 룩이 부상하고 있다.
‘올드머니’란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자산을 가진 상류층, 이른바 ‘금수저’를 뜻한다. 자수성가하거나 하루아침에 신흥부자가 된 뉴머니(New Money)와 비교되곤 한다. 여기에서 파생된 ‘올드머니 룩’은 대를 이어 부(富)를 축적하고 명성을 쌓아온 상류층의 패션으로,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들이 열광하고 있다.
영국 다이애나비와 미국 케네디 가문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등이 즐기던 스타일로, 요즘 젠지(Z세대의 다른 말) 스타 중에는 팝 스타 라이오넬 리치의 딸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소피아 리치가 대표적 올드머니 룩 스타로 알려졌다. 팔로워가 30만에 육박하는 미국의 버추얼(가상) 인플루언서 ‘펠리’ 역시 올드머니 룩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브룩 실즈를 연상하게 하는 금발머리의 펠리는 요트와 승마를 즐기는 일상 사진을 주로 업로드하는데 마치 1980년대 미국 상류층이 등장하는 영화 속 주인공 같다.
톡톡 튀는 개성의 Z세대와 우아한 중년 패션처럼 느껴지는 올드머니 룩은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Z세대는 왜 올드머니 룩에 빠졌을까.
사회·경제적 측면에선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정보기술(IT)이나 코인 등으로 급부상한 신흥부자에 대한 반감이 올드머니에 대한 선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억눌렸던 욕구가 폭발하며 화려한 패션에 집중했던 경향이 소비의 효용성과 가치를 따지는 ‘의식 있는 소비’로 바뀐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올드머니 룩이 티셔츠 한 장에 1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명품을 입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 구애받지 않고 질 좋은 소재의 옷을 오래 입는 가치 소비라는 의미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이제는 과잉 소유의 시대가 끝나고, 더 적게 소유하는 대신 더 가치 있는 아이템을 오랫동안 사용하거나 지속가능한 제품을 구입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올드머니 룩’도 이런 미니멀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다”고 말했다.
뉴머니가 부를 과시하는 화려한 이미지라면, 올드머니는 우아하고 기품 있는 이미지로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로 표현된다. 브랜드나 로고를 드러내지 않고 은근하게 고급스러움을 추구해 ‘은밀한 럭셔리(stealth luxury)’로 불리기도 한다.
올드머니 룩은 로고나 사치스러운 장식을 배제하는 대신 리넨이나 캐시미어, 실크 등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소재로 승부한다. 화려한 패턴이나 컬러보다는 블랙, 화이트, 베이지, 브라운 등 뉴트럴 컬러로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세련미를 추구한다.
클래식한 스타일이 단조롭게 느껴진다면 실루엣에 변화를 주거나 상·하의와 비슷한 컬러 계열의 단추나 벨트, 스카프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1990년대 유행한 볼드한 블랙 헤어밴드와 선글라스도 올드머니 룩에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다.
올드머니 룩의 또 다른 특징은 상류층의 일상을 패션에 녹여내는 것이다. 명문 사립학교 교복에서 착안해 ‘아이비룩’이라고도 불리는 ‘프레피 룩’이나 승마, 테니스, 요트와 같이 부유층이 즐기는 스포츠 의상을 일상복에 결합한다.
프레피 룩은 올드머니 룩을 좀 더 발랄하게 표현한다. 다만 전통적인 프레피 룩에서 탈피해 미니멀리즘을 추구, 베이직한 컬러와 섬세한 디테일이 조화돼 사무실이나 일상복으로 소화하기 무난하게 확장되고 있다.
상의와 하의를 비슷한 스타일로 연출하는 ‘셋업 패션’도 올드머니 룩의 인기로 올가을 더 주목받고 있다. 셋업 패션은 컬러뿐 아니라 니트, 데님, 가죽 등 소재도 상·하의를 통일하는 것이 포인트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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