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글로벌 OTT… K미디어, AI시대 대비해야"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부상으로 위기를 맞은 국내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콘텐츠와 플랫폼 동반성장, 영상상품 글로벌 유통 등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생성형 AI(인공지능)가 미디어 산업까지 침투한 상황에서 국내 미디어 업계의 데이터 역량을 업그레이드하고 미디어·콘텐츠 파이프라인을 대폭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4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국내 미디어 산업 미래' 콘퍼런스에서 "한국 미디어 산업의 뉴노멀을 위해 글로벌 시장으로 산업 규모를 확장하고 광고와 커머스의 새 성장 모멘텀을 모색해야 한다"며 "AI 서비스의 확장에 대응해 혁신동력을 모색하는 새 판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OTT는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 속에 콘텐츠 투자가 급증하면서 적자가 커지고 있다. 엔데믹 전환으로 성장이 둔화한 상황에서 영업손실 우려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국내 드라마 기준, 회당 평균 제작비는 2011년 1억원이었지만, 올해 10억~12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넷플릭스가 연간 약 20조원의 제작비를 투자하는 데 비해 국내 제작비 투자는 약 1조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AI 진화와 OTT 글로벌화 속에 글로벌·로컬 타깃에 따른 제작시장 이중화, 기초 데이터 확보, 협력과 파트너십 확장 등으로 위기를 넘어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제시카 푹 S&P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연구원은 이날 한국 시장은 코드커팅·코드네버 현상이 미국·중국·영국에 비해 낮게 나타나 여전히 TV 서비스 비중이 높은 국가로 분석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Z세대를 중심으로 코드네버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디어 산업 위기와 기회 요인으로 △수익성 △콘텐츠 △ 협력과 파트너십 △ OTT 규제 등을 꼽았다.
푹 연구원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결국 집에서 즐기는 엔터테인먼트로, 홈IoT 등과 결합해 전략화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결합요금제나 통신사업자와의 결합, M&A(인수·합병) 등도 효과적으로 구사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참가한 전문가들은 글로벌 OTT 확대, 1인 가구 증가, FAST 채널 확장 등으로 인해 국내 미디어 산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국내는 미국 등 해외와 비교해 유료방송의 낮은 요금과 초고속인터넷 결합 판매 영향으로 코드커팅(4.1%)이 낮게 나타나는 상황이지만,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결합상품 구조에 의존하는 유료방송 시장의 장기적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콘텐츠와 플랫폼이 동반 성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곽동균 KISDI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1인 가구 증가로 코드네버가 주류가 되는 시점이나 코드커팅이 다수가 되는 시점에서는 기존 산업구조 유지가 불가능하다"며 "방송영상 산업 생태계가 재편되는 가운데 지속 가능성이 약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곽 위원은 "토종 플랫폼이 유의미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글로벌 플랫폼에 의한 수요 독과점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플랫폼과 콘텐츠는 순망치한의 관계"라며 "산업의 건강성, 지속 가능성을 위해 국가 차원의 개입을 통한 플랫폼 경쟁력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성욱 한국외대 교수는 "K콘텐츠의 글로벌 유통 통로가 대부분 글로벌 OTT 사업자다 보니 잘 만든 콘텐츠도 제값 받기 힘든 구조"라며 "국내에서 생산된 영상 상품을 글로벌 시장에 직접 유통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소수의 글로벌 OTT가 유통망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국내 사업자가 글로벌 유통망을 구축해 매출이 제작비로 전환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글로컬(글로벌+로컬) 플랫폼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정환 국립부경대 휴면ICT융합전공 교수는 "로컬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 육성전략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국내 콘텐츠만 유통하고 전달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글로벌 유통 역량을 가지는 플랫폼 육성을 장기적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성형 AI 시대에 대비해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지은 법무법인 세종 연구원은 "콘텐츠 창작에도 AI 적용 범위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용자 데이터뿐 아니라 콘텐츠 창작의 기반이 되는 기초 데이터 확보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적절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핵심 자원으로서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필수 "라고 말했다.
이래운 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OTT 등 규제 사각지대 서비스 모델 출현으로 미디어 산업 생태계 전반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새 환경에 맞는 새 질서를 잡지 않으면 안 된다.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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